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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 날씨 예측하고 전쟁 예견하는 나무

푸레택 2022. 5. 8. 15:49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날씨 예측하고 전쟁 예견하는 나무 (daum.net)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날씨 예측하고 전쟁 예견하는 나무

[경향신문] 나뭇잎은 초록의 상징이다. 단풍 들 때까지 모든 나뭇잎은 선명한 초록빛이다. 햇살에 담긴 빛 에너지를 받아 광합성을 하는 엽록소가 초록빛이어서다. 엽록소를 품은 나뭇잎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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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주인리 황금소나무.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 날씨 예측하고 전쟁 예견하는 나무

나뭇잎은 초록의 상징이다. 단풍 들 때까지 모든 나뭇잎은 선명한 초록빛이다. 햇살에 담긴 빛 에너지를 받아 광합성을 하는 엽록소가 초록빛이어서다. 엽록소를 품은 나뭇잎은 이 땅의 모든 생명을 먹여 살리는 생명의 근원이다.

그러나 초록을 거부하는 나뭇잎도 있다. 이를테면 조경수로 많이 심어 키우는 ‘홍단풍’의 잎은 선명한 붉은빛을 띠고 가을까지 보낸다. 홍단풍은 새로운 품종으로 선발한 경우지만 자연 상태에서도 초록이 아닌 빛깔로 잎을 틔우는 나무도 있다.

황금빛의 솔잎이 도드라지는 ‘황금소나무’라는 특별한 나무가 대표적인 경우다. 소나무의 한 품종인 황금소나무는 희귀한 나무로, 소나무의 변이 연구에 자료로 활용된다. 경상북도 울진 주인리에는 지방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하는 황금소나무가 있다. 곁에 있는 다른 나무들과 잎의 빛깔이 뚜렷하게 달라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나무다. ‘울진 주인리 황금소나무’는 날씨가 가물면 잎이 갈색으로 바뀌고, 장마가 다가오면 초록색이 된다고 해서 오래전부터 기후 관측에 요긴한 ‘천기목(天氣木)’이라고 불려왔다. 또 가지가 휘어지면 흉년이 들거나 마을 사람이 죽는 등 불상사가 벌어지고, 나라에 전쟁 징후가 있을 때에는 난데없이 잎에 붉은빛이 도는 ‘신목(神木)’이라고 마을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70년 정도 된 이 황금소나무는 높이가 7m에 불과한 작은 나무이지만 희귀성이 높아 문화재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여느 소나무와는 다른 빛깔의 잎을 가진 나무인 건 분명하지만, 자세히 살피면 황금소나무의 잎은 황금색이라기보다 초록에 노랑이 섞인 연두색에 가깝다.

어떤 경우에도 나무는 초록빛을 버리지 않는다. 초록은 엽록소의 빛이고 엽록소는 나무의 생명을 결정하는 요소이며 모든 생명을 살리는 지상의 양식을 지어내는 생명의 창인 때문이다. 지금 이곳에 매운 바람이 불어와도 낮은 곳에서 움터오는 새싹의 초록빛이 고마운 까닭이다.

고규홍 나무 칼럼니스트ㅣ경향신문 2022.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