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솔로베츠키제도, 백해, 러시아/펜티 사말라티 · 눈 내리는 아침/백수인 (daum.net)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눈 내리는 아침 - 백수인
눈 내리는 아침 / 백수인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보니
함박눈이 푹푹 내리고 있네
하마터면 어머니께 전화할 뻔했네
고향 집 대숲에도 눈이 내리고 있냐고
어머니 가시고 처음 내리는 눈
이승 떠나 한세상 고개 너머
어머니 사시는 곳
전화해서 물어볼거나
거기 어머니 텃밭 이랑마다
눈이 내리고 있냐고
좁은 눈길 이고 오시는 물동이에도
함박눈이 펑펑 내리고 있냐고
삶이란 단순해요. 좋아하는 것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지요. BTS의 ‘쩔어’라는 노래 좋아해요. 밤새워 곡 만들고 가사 쓰고 안무 연습하다 아침 햇살이 창에 쏟아지면 “쩔어!”라고 외치는 노래지요.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며 밤을 새우는 것, 이보다 큰 행복은 없지요. 눈이 펑펑 내리는 날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기 딱 좋은 날이에요. 어머니는 좁은 고샅길을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걸어오셨죠. 눈은 내리고 세상은 하얀데 어머니는 기다리는 나를 보고 환히 웃으셨죠. 눈 오는 날은 그리운 이들에게 연락하기 좋은 날이에요, 삶이 별건가요? 당신이 보고 싶어요, 당신을 사랑해요, 나 그동안 착하게 살았어요. 편지도 쓰고 문자도 보내세요.
곽재구 시인ㅣ서울신문
/ 2022.04.27(수) 옮겨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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