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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동물원] 치명적 기생충을 품은 괴물개구리의 습격 (2022.04.14)

푸레택 2022. 4. 14. 12:35

[수요동물원] 치명적 기생충을 품은 괴물개구리의 습격 (daum.net)

 

[수요동물원] 치명적 기생충을 품은 괴물개구리의 습격

미국 땅 동쪽 끝에 툭 튀어나온 반도에 자리한 플로리다는 지상 낙원으로 꼽힙니다. 아름다운 바닷가와 뜨거운 햇살, 수려한 풍경이 만들어내 코로나 이전까지는 미국 뿐 아니라 세계각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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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동물원] 치명적 기생충을 품은 괴물개구리의 습격


미국의 외래침입중 쿠바청개구리서 뇌손상 입힐 수 있는 쥐폐선충 검출
토종 개구리 씨말리며 플로리다서 폭발적 번성
인간과 반려견에 치명적 병균 전파 가능성 우려

미국 땅 동쪽 끝에 툭 튀어나온 반도에 자리한 플로리다는 지상 낙원으로 꼽힙니다. 아름다운 바닷가와 뜨거운 햇살, 수려한 풍경이 만들어내 코로나 이전까지는 미국 뿐 아니라 세계각국에서 관광객들이 몰려왔습니다. 디즈니 놀이동산 중에 가장 규모가 큰 디즈니월드와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필두로 유명 놀이공원들이 총집결해있지요.

플로리다 침입종 쿠바 청개구리. 이지역 토종 청개구리보다 몸집이 두 배 가량 크다. /플로리다주립대 홈페이지


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자취가 남아있는 키웨스트와 아프리카 세렝게티 평원 못지 않은 동물의 낙원 에버글레이즈 습지도 있습니다. 지리적으로도 중남미가 가까워 이곳은 쿠바·베네수엘라 등 중남미 주민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찾아오는 해방구 역할도 해왔습니다. 이런 자유의 해방구 플로리다가 요즘 비상이라고 합니다. 사람 손바닥보다 조금 큰 개구리의 습격 때문이죠. 인간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이 주인공, 바로 쿠바 청개구리(Cuban Tree Frog)입니다. 청개구리답게 나무생활에 특화된 발가락과 잔뜩 움츠린 자세, 주변환경에 맞춰 변화무쌍하게 바뀌는 몸색깔등이 특징입니다. 하지만 최대 14㎝까지 자라니 덩치는 우리나라 청개구리보다 훨신 크고 참개구리·두꺼비와 맞먹을 정도입니다.

주변환경에 맞춰 몸색깔을 바꾼 쿠바청개구리. /플로리다주립대 홈페이지


이름에서 말해주듯 쿠바가 있는 카리브·중남미가 원산지로 미국 입장에선 침입종입니다. 미국이 쿠바청개구리에 대해 갖는 걱정과 두려움은, 20여년 전 황소개구리가 우리나라 논과 밭의 개구리와 토종물고기를 씨를 말릴 기세로 탐식하며 전대미문의 공포감을 심어주던 상황을 떠올리게 합니다. 쿠바청개구리가 급속도로 불어나 사방에서 ‘개굴개굴’ 울어대는 바람에 섬뜩한 공포에 휩싸인 주민들의 표정을 담은 현지 NBC2 TV뉴스를 한 번 보실까요?

그러나 플로리다의 생태 전문가들이 갖고 있는 우려는 근본적으로 결이 다릅니다. 이들이 토종생물들을 먹어치우는 데 그치지 않고 치명적 기생충을 옮기는 숙주와 전달자 역할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거든요. 문제는 그 종착지가 사람일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플로리다주립대 수의대연구팀의 최근 발표는 그런 우려에 한층 위기감을 불어넣습니다. 연구팀은 플로리다에 서식하는 쿠바 청개구리에서 쥐폐선충(Rat Lungworm)이 검출됐다고 공식 발표됐습니다. 쥐폐선충, 참 무시무시한 이름이죠? 이름 그대로 쥐에 의존해서 살아갑니다.

플로리다 외래종 쿠바청개구리가 올챙이에서 성체로 변태중인 모습. /플로리다주립대 홈페이지


성충은 쥐에서만 발견되는데, 유충은 쥐의 배설물을 통해 배출된 뒤 민물새우나 달팽이, 민달팽이, 그리고 개구리·두꺼비 몸으로도 옮겨갈 수 있다고 합니다. 쥐폐선충은 사람에게 뇌수막염을 비롯해 심한 두통과 구토 메스꺼움 등의 증상을 유발하죠. 심하면 뇌손상과 시력상실까지 유발할 수 있는 무서운 기생충이라고 연구진은 경고합니다. 개에게 전염될 경우 뒷다리를 제대로 쓰지 못하게 될 수도 있고요. 하와이주 보건당국에서 제작한 아래 그림을 보면 이 기생충이 어떤 경로로 살아가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하와이주 보건국


플로리다 일대에서 쥐폐선충이 양서류에서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이번 연구를 이끈 플로리다대 히서 월든 교수팀은 플로리다주 볼루시아 카운티에서 채집한 쿠바청개구리 16마리를 조사한 결과 뒷다리 근육에서 쥐폐선충의 애벌레를 확인했습니다. 개구리들을 채집한 볼루시아 카운티는 지금까지 쥐폐선충이 보고된적이 없는 지역이었죠.

쿠바청개구리는 토종청개구리보다 덩치가 크고 발가락 끝 발판이 훨씬 둥글다. /플로리다주립대 홈페이지


과학자들이 우려하는 것은 쿠바청개구리가 기생충의 숙주역할을 하는 동시에 토종 생태계를 무너뜨리는 포식자이기도 하다는 점입니다. 쿠바청개구리의 몸집은 플로리다 토종 청개구리들보다 갑절은 큽니다. 개구리들은 자기와 같은 족속이라고 해서 봐주거나 할만큼의 지능을 갖고 있지 못합니다. 눈에 보이는대로 닥치는대로 삼키는 거죠. 덩치가 갑입니다. 플로리다 토종 개구리들을 비롯해 달팽이와 민달팽이, 심지어 도마뱀까지도 꿀떡 꿀떡 삼켜버립니다. 토종생태계를 파괴하는 동시에 기생충의 숙주로 플로리다 전역으로 세를 불리고 있는 것이죠.

민가 벽에 달라붙어있는 쿠바청개구리. /플로리다주립대 홈페이지


몸에서 끈끈한 점액질을 분비하는 쿠바 청개구리는 포식자들에게 썩 매력적인 ‘개구리반찬’은 아닙니다. 하지만, 플로리다 일부 지역에서는 개구리 뒷다리를 식용으로 섭취하기도 하고, 애완견들이 호기심으로 개구리를 먹을 가능성을 감안하면, 개구리 몸에 있던 기생충이 인체에 침입할 가능성을 절대로 배제하지 못한다고 연구진은 경고합니다. 황소개구리는 한국 토종 물고기와 개구리들을 닥치는대로 잡아먹었지만, 인간에게 병균을 옮기지는 않았죠. 또한 이 개구리를 먹는 큰 도마뱀과 뱀, 물새들을 통해 생태계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죠. 가령 미 남부지역에서 살고 있는 토종 육식거북인 악어거북은 개구리들의 잠재적 포식자이면서 인간들의 식재료로도 인기가 있거든요.

한국의 대표적인 외래침입종 황소개구리. 지난 1997년 열린 황소개구리 퇴치작업 모습. /조선일보DB


쥐폐선충은 앞서 대도시지역인 마이애미-데이드를 비롯해 오렌지, 힐스버러, 아라추아 등 곳곳에서 달팽이와 민달팽이 속에 서식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인간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이미 플로리다 곳곳이 기생충의 영역으로 ‘접수’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이들 기생충들이 새로운 숙주를 만나 변화하고 진화할 경우 또 어떤 신종 감염병으로 이어질지 누구도 알 수 없는 노릇이고요. 그리고 최근 새로운 숙주의 존재가 확인된 것이죠. 그것도 왕성한 먹성과 몸집을 자랑하는 외래침입종이죠.


연구진은 숙주 혹은 중간전달자로 쿠바청개구리가 어떻게 기능할지 본격 연구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그 연구가 성과를 거둘 때 공포의 감염원이 될 수 있다는 막연한 불확실성도 해소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구촌 최후의 정복자로 자임하던 인류가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의 침입에 꼼짝없이 당하고 이들에 의해 지배되어 살아간지가 벌써 3년째네요. 코로나의 기원 역시 야생동물의 체내로 알려져있죠. 그래서 만리타국 미국 플로리다에서 들려온 개구리 기생충 소식이 남일같지가 않습니다.

정지섭 기자ㅣ조선일보 2022.03.02

/ 2022.04.14 옴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