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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연구의 최전선] 노벨상 밭 구조생물학… 우재성 고려대 교수의 도전 (2022.04.12)

푸레택 2022. 4. 12. 12:39

노벨상 밭 구조생물학… 우재성 고려대 교수의 도전 - 주간조선 (chosun.com)

 

노벨상 밭 구조생물학… 우재성 고려대 교수의 도전

고려대학교 생명과학과 우재성 교수를 만나러 가기 전에 그의 논문들을 찾아봤다. 생명과학 학술지 ‘셀(Cell)’에 게재된 논문이 보였다. 하나가 아니다. 둘인가 싶었는데 또 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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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연구의 최전선] 노벨상 밭 구조생물학… 우재성 고려대 교수의 도전

고려대학교 생명과학과 우재성 교수를 만나러 가기 전에 그의 논문들을 찾아봤다. 생명과학 학술지 ‘셀(Cell)’에 게재된 논문이 보였다. 하나가 아니다. 둘인가 싶었는데 또 한 편이 있다. ‘셀’은 생명과학 분야 최상위 학술지. 한 편도 쉽지 않은데, 세 편이나 내다니…. 더구나 그는 한창의 나이다. 포항공과대학교 96학번이니 40대 중반.


   지난 1월 5일 고려대학교 하나과학관으로 찾아가 우 교수를 만났다. 그는 구조생물학자다. 그는 “구조생물학은 화학과 생물학 경계에 있고, 고해상도를 구현하기 위해 첨단 생물물리학(bio-physics) 도구를 사용한다”라고 말했다. 우 교수는 “구조생물학자는 단백질, RNA, DNA의 구조를 분자 수준에서 이해하고자 한다”라고 설명했다. 구조생물학자의 중요 연구 도구는 엑스선결정학과 저온전자현미경이다.
   
엑스선결정학·저온전자현미경이 도구
   
   단백질은 구조가 기능을 결정한다. 단백질 기능을 정확히 이해하려는 연구자는 단백질 구조를 알아야 한다. 그래서 구조생물학이 중요하다. 1950년대부터 미국, 유럽, 일본은 빠르게 구조생물학에 투자했다. 우 교수는 “한국은 늦었다”라고 말했다.
   
   구조생물학은 노벨상의 산실이기도 하다. 2003년, 2006년, 2009년, 2012년, 2017년에 구조생물학자가 노벨 생리의학상 또는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2003년은 세포막에 있는 이온통로의 구조를 알아낸 사람(로더릭 매키넌 외)이, 2006년은 RNA 중합효소 구조를 푼 사람(로저 콘버그)이, 2009년은 리보솜 구조를 알아낸 사람(벤카트라만 라마크리슈난 외)이, 2012년은 막단백질의 하나인 GPCR 구조를 분석한 사람(브라이언 코빌카 외)이, 2017년은 저온전자현미경을 개발한 사람(자크 뒤보셰 외)이 각각 수상했다.
   
   우재성 교수는 구조생물학 영역 중에서도 막단백질 연구자다. 막단백질은 세포막에 있는 단백질이다. 그는 포항공대에서 박사학위(2007년)를 받고, 2009년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연방공과대학(ETH)으로 유학을 갔다. ETH는 세계 정상의 교육 및 연구기관. 취리히에서 그는 막단백질 연구를 시작했다.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하던 곳은 카스파르 로커(Kaspar Rocher) 교수 실험실이었다. 로커 교수는 막단백질의 한 종류인 수송단백질(transporter protein) 구조를 처음으로 풀어낸 사람이다. 우 교수의 말을 들어본다.

노벨상의 산실 구조생물학

   “2000년대에 막단백질 생물학이 발전했다. 이전에는 막단백질을 분리해서 정제하는 게 힘들었다. (2003년 노벨상 수상자인 미국 록펠러대학교의) 로더릭 매키넌이 이온통로 단백질의 구조를 푼 게 막단백질 구조 연구의 기폭제가 되었다. 매키넌은 쥐의 세포막에 있는 이온통로 구조를 알아냈다. 이온통로는 이온이 세포 안으로 들어오고 나가는 통로인데, 매키넌은 그중에서 포타슘 이온통로 구조를 분석했다. 그리고 3년 뒤에 노벨상을 받았다.

   막단백질은 특히 약물의 주요 타깃으로 중요하다. FDA 승인을 받은 약물 타깃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막단백질은 세포막에 있으니, 약물을 세포 안에까지 집어넣을 필요가 없어 좋다. 세포 안에 있는 단백질에 작용하는 약물을 개발했다고 하자. 그러면 세포 안으로 잘 들여보내야 하고 약을 환자에게 많이 먹여야 한다. 많은 양의 약은 몸에 해로우니 그럴 필요가 없는 막단백질을 겨냥한 약을 개발하면 좋을 것이다. 이렇기에 막단백질 구조생물학이 신약 개발에 중요하다. 제약회사가 이 분야의 구조생물학자를 많이 고용하는 이유다.”

   수송단백질은 종류가 많은데 ABC수송단백질은 그중 한 그룹이다. Pgp라 불리는 ABC수송단백질은 세포 밖으로 문제가 되는 물질을 내보내는 일을 한다. 에너지(ATP)를 사용해서 펌프질하듯이 필요 없는 물질을 세포 밖으로 내보낸다. 약을 개발하는 사람들은 ABC수송단백질에 관심이 많다.

   취리히 연방공대의 카스파르 로커 교수 실험실에서 우재성 박사는 ABC수송단백질 그룹에 속하는 콜레스테롤 수송단백질을 연구했다. 콜레스테롤 수송단백질은 인체에서 가장 많이 발현되는 중요한 ABC수송단백질이다. 그래서 ‘A1’을 붙여 ABCA1이라고도 불린다. 이 구조를 보기 위해서는 먼저 단백질을 분리하고 정제해야 한다. 그런 뒤 결정을 만들어 엑스선으로 촬영하고 그 이미지를 보고 구조를 확인한다. 이 프로젝트가 취히리에서 우재성 박사가 하려고 했던 주된 일이다. 우 교수는 “메인 프로젝트가 잘 안됐다. ABCA1의 구조를 보지 못했다. 결정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우 교수 설명을 들어본다.

   “박테리아는 자신의 염색체 말고 별도로 플라스미드라는 걸 갖고 있다. 플라스미드는 DNA 염기서열이다. 플라스미드가 염기서열을 갖고 있다는 걸 연구자는 이용한다. 이 안에 원하는 유전자를 집어넣는다. 그러면 박테리아가 그 유전자 서열을 읽고 단백질을 만들어낸다.”

   ABCA1은 박테리아에서 정상적으로 발현되지 않았다. 그래서 우 박사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사람 세포막에 있는 단백질을 발현·정제하는 공정을 효율적으로 만드는 일이었다. 사람 막단백질은 박테리아를 갖고 만들어내기가 불가능했다. 그래서 그는 사람의 막단백질을 사람 세포에서 얻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또 결정을 만들려면 단백질이 대량으로 필요하다. 예전 시스템으로 그걸 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효율이 떨어져 시스템을 ‘최적화’하는 일을 했다. 그리고 결국 ABCA1의 대량 생산과 정제에 성공했다.

단백질 분리·정제 작업의 어려움

   분리·정제한 샘플로 결정을 만드는 일은 직경 1㎜의 작은 ‘웰(well)’에서 한다. 납작한 플라스틱에 움푹 파인 96개의 구멍(well)이 있다. 이 구멍에 막단백질 샘플과, 그걸 결정으로 만드는 데 필요한 용액을 넣는다. 그러면 단백질 침전이 일어나고, 운이 아주 좋으면 결정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용액을 만들기 위한 조건은 1000가지가 넘는다. 침전제 종류, 소금 농도, pH 등등이 다 다르다. 보통 막단백질 유전자 200개를 갖고 시작하면, 분리하고 정제하는 데 성공하는 건 20개쯤 된다. 그걸로 결정을 만든다. 20개 중 한 개가 결정이 되면 운이 엄청나게 좋은 것이다. 박사후연구원 10명 중 한 명이 결정을 만들고 구조를 알아내는 데 성공하는 정도다. 막단백질은 유전자 발현을 시켜 정제할 수 있는 단백질도 얼마 되지 않는데 결정화도 정말 어렵다.

   우 교수는 “구조생물학자는 연구 시간의 대부분을 단백질을 발현시키고 정제하는 데 사용한다”라고 말했다. 취리히에서 그는 ABCA1 단백질을 정제하기 위해 3년을 보냈고, 결정을 얻기 위해 1년을 노력했으나 실패했다.

   취리히 생활 끝에 그는 한국에 돌아와야겠다고 생각했고 대학 몇 곳에 지원했다. 취리히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이지 못해서 그런지 자리를 얻지 못했다. 그는 박사과정 때 좋은 논문을 많이 썼다. 2009년 셀에 ‘박테리아 콘덴신 복합체 구조 연구’를 출판한 바 있다. 학술지 EMBO와 분자세포(Molecular Cell)에도 논문을 썼다. 그는 “기대를 많이 받고 해외로 나갔었다”라고 당시를 돌아봤다.


김빛내리 교수와의 인연
   
   우재성 박사는 기초과학연구원(IBS) RNA연구단(단장 김빛내리 서울대 교수) 연구위원 신분으로 2013년 귀국했다. 그를 채용한 김빛내리 교수는 우재성 박사에게 연구단 안에서 독립된 연구 그룹을 이끌 수 있도록 했다. 이후 그는 과학학술지 ‘셀’에 2015년과 2016년 내리 두 편을 출판하는 성과를 올렸다.
   
   우 박사는 김빛내리 교수 연구주제인 마이크로RNA(miRNA) 분야에서 결과를 얻었다. miRNA는 22개 염기(base)쌍으로 된 RNA 가닥이다. 재료가 되는 RNA 이중나선을 양쪽에서 툭 잘라내면 miRNA가 만들어진다. 이 과정에서 가위질 두 번이 필요한데, 첫 번째 가위질은 드로샤(DROSHA)라는 단백질이 한다. 드로샤는 김빛내리 교수를 유명하게 만든 바 있다. 김 교수는 2003년에 드로샤를 찾았다는 연구 결과를 학술지 ‘네이처’에 보고했다. 우 교수에 따르면, 김빛내리 교수는 드로샤가 miRNA를 만드는 데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냈다. 첫 번째 가위질을 하며, 어디를 자를지 결정하기 위해 뭔가 ‘길이’를 재는 메커니즘이 있는 것 같다는 것도 알아냈다. 두 번째 가위질을 하는 효소(DICER) 연구도 했다.
   
   우재성 교수는 “남아 있는 건 RNA 가닥을 자르기 위해 드로샤가 결합한 구조가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것이었다. 그걸 풀지 못해 그 전체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연구는 상당 기간 진전이 없었다. 김 교수님은 이 구조를 푸는 일을 함께 해주길 기대하고 나를 연구단에 채용했던 것 같다. 그게 나에게는 천운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1년 정도 지나서 드로샤 단백질을 분리·정제하는 데 성공했다. 취리히에서 개발한 인간 막단백질 정제 시스템 덕을 톡톡히 보았다. 그리고 이후 일사천리로 드로샤가 RNA를 어떻게 잘라내는지를 알아냈다.
   
   우 교수가 보여주는 당시 논문 이미지에는 드로샤와 다른 단백질인 DGCR8이 있었다. 두 개 단백질이 이중나선 모양인 RNA를 감싸고 있는 형태다. 우 교수는 DGCR8 단백질 두 개가 드로샤 한 개와 결합한다는 걸 알아냈고, 드로샤가 첫 번째 절단 부위를 정확히 측정하고 그 부위를 가위질한다는 걸 확인했다. 드로샤는 RNA 이중나선 구조를 더듬어 염기쌍 11개의 길이를 잰 뒤 그곳을 절단했다. 우 교수가 확인하기 전에는 절단 위치를 재는 일을 드로샤가 하는지, DGCR8이 하는지 몰랐다. DGCR8 단백질을 제거하고 실험을 하니, 그게 없는 상태에서 드로샤가 11개 길이를 잰다는 걸 명확히 알 수 있었다.
   
   두 번째 ‘셀’ 논문은 연구가 거의 동시에 진행됐는데 ‘인간 드로샤의 구조 해부(Structure anatomy of Human DROSHA)’라는 제목으로 논문이 출판됐다. DGCR8 단백질의 어느 부위가 RNA의 어느 위치에 결합하는가 등을 더 자세히 알아낸 연구였다.
   
생물학의 최대 이슈 miRNA
   
   우재성 교수는 “2000년대는 miRNA가 생물학의 최대 이슈 중 하나였다. miRNA가 주목을 받은 건, 아주 작은 RNA 조각이 단백질 발현을 조절하는 것도 놀라운데, 이런 일을 하는 RNA조각이 인간 세포에만 수백 종이 넘었기 때문이었다. 유전자를 주형으로 삼아 단백질을 만드는 일을 주로 단백질(전사인자 등)이 조절한다고 알려져 있었는데, miRNA는 전혀 새로운 유형의 조절자였다. 세포생물학자들은 그간 이해하지 못한 생명현상을 miRNA 기능을 연구하면 이해할 수 있을까 해서 miRNA 연구에 달려들었다”라고 말했다. miRNA 연구자 두 사람(앤드루 파이어, 크레이그 멜로)은 2006년에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바 있다.
   
   그는 2017년 고려대학교 생명과학과 교수가 되었다. 이때부터 구조생물학 연구하는 방법을 엑스선결정학에서 초저온전자현미경으로 바꿨다. IBS RNA연구단에서 일하면서부터 초저온전자현미경 사용법을 조금씩 익혔다. 충북 오창의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에 2015년 한국 최초로 들어온 초저온전자현미경이 있었다. 우 교수는 “구조생물학자들이 정부에 초저온전자현미경이 있어야 한다고 읍소했었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2013년부터 이미 초저온전자현미경을 갖고 연구한 논문들이 세계 각지에서 쏟아지고 있었다.
   
   우 교수가 초저온전자현미경을 도구로 쓰기로 한 건 막단백질을 다시 연구하기 위해서였다. 스위스 취리히에서 시작했고 정제까지는 했으나, 결정을 못 만들어 엑스선결정학으로 구조를 알아내는 데는 실패했던 그 막단백질이다. 초저온전자현미경으로는 결정을 만들 필요가 없기에 막단백질 구조를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 우 교수는 “막단백질 연구자가 초저온전자현미경 등장으로 가장 큰 혜택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에는 카이스트, 서울대학교, IBS, 포항공과대학교, 그리고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등에 초저온전자현미경이 설치되어 있다.
   
   그가 초저온전자현미경을 갖고 단백질 구조 해석을 한 연구 결과는 2020년에 나왔다. 학술지 ‘사이언스어드밴시스’에 보고됐다. 간극연접(Gap Junction) 막단백질의 구조를 알아낸 것이 성과였다. 간극연접 막단백질이라는 용어는 처음 듣는다. 우 교수는 “간극연접 단백질은 세포들 사이에 있다”라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구조생물학이 오래된 학문이어서 중요한 분야는 이미 훌륭한 연구자들이 선점하고 있다. 좋은 분야를 새로 찾는 게 쉽지 않다. 나는 ‘간극연접 단백질’이 새로운 영역이 될 수 있겠다고 보았다. 세포 간에 직접 연결된 통로가 있다는 걸 세포를 초기에 관찰했던 사람들이 생각하기는 쉽지 않았다. 현미경으로 보면 세포들은 딱딱 칸으로 나뉘어 있다. 20세기 초반까지도 세포 간에 직접 연결된 통로가 없을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견해였다. 세포 간 커뮤니케이션은 대개 한 세포가 화학물질을 세포 밖으로 내뿜어내고 다른 세포가 그걸 전달받는 식으로 이루어진다. 세포가 호르몬을 내면 호르몬이 돌아다니면서 다른 세포에 전달된다. 그런데 이게 아니라 옆 세포로부터 통로를 통해 곧장 물질이 전달된다는 게 확인되었다. 단서는 가재와 오징어가 자이언트 신경세포를 갖고 있다는 데에서 나왔다. 전기생리학자가 가재와 오징어를 실험해보고 ‘신경세포 간에 전기가 통한다. 뭔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알아냈다. 그 통로가 ‘간극연접 채널’이다. 간극연접 통로를 이루는 막단백질은 사람 몸에는 21종류가 있다.”
   
새로운 연구 영역 ‘간극연접 단백질’
   
   동물의 신경세포들은 간극연접 단백질로 연결되어 있다. 소듐이온을 막단백질 통로를 통해 보내면, 이건 전기신호가 된다. 이 통로로 크기가 큰 단백질, 즉 RNA 같은 건 지나가지 못한다. 간극연접 막단백질로 연결된 두 세포는 이온이 동기화(synchronize) 상태가 된다. 우 교수는 “연구가 많이 된 게 심장의 심근세포에서 발현하는 간극 연접 단백질이다. 막 단백질로 바로 연결되어 있기에 심근세포들이 동시에 펌프질을 할 수 있다. 신호를 받으면 세포들 모두가 한꺼번에 뛰게 된다”라고 말했다.
   
   우재성 교수가 2020년 사이언스어드밴시스 논문에서 구조를 알아낸 건 31.3번 간극연접 단백질의 반쪽 구조(Hemi-channel)다. 커넥신이라는 단백질 6개가 모이면 31.3번 간극연접 단백질의 반쪽 구조가 된다. 그리고 12개가 모이면 온전한 전체 모양이 만들어진다. 우 교수는 “두 개의 반쪽 채널이 도킹하기 전에 구조가 어떤지를 보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작년 8월에 생물학 아카이브 사이트에 논문을 하나 올렸다. 아직 학술지에는 출판되지 않았다. 43번 간극연접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에 관한 멋진 스토리를 만들어냈다고 그는 말했다. 43번 간극연접 단백질은 GJA1(Gap Junction A1)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A1이라는 이름이 붙은 건 이게 가장 많이 만들어지거나 가장 유명하기 때문이다. 우 교수는 “통로 크기보다 큰 물질도 이동한다. 그러면 어떻게 작은 구멍으로 큰 물질이 지나갈 수 있느냐 하는 걸 알아냈다고 생각한다. 지질분자가 옆에서 구멍 안으로 들어오는 메커니즘도 알아냈다. 둘 다 단백질의 구조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에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우재성 교수의 학생 두 명이 하루 일과가 끝나는 오후 6시가 다가오자 연구실로 들어왔다. 인터뷰가 끝나기를 오래 기다린 듯했다. 취재를 끝내는 게 좋을 듯했다. 우 교수는 “사이언스가 정말 재밌다. 즐겁게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경쟁이 많은 걸 날려버린다. 경쟁 때문에 빨리 끝낼 수 있는 연구를 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그의 마무리 말을 듣고 싶었으나, 후다닥 연구실을 빠져나왔다.

최준석 선임기자ㅣ주간조선 2022.02.18

/ 2022.04.12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