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숲] 삶의 지혜

[이용범의 행복심리학] 배터리가 방전돼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2022.04.04)

푸레택 2022. 4. 4. 11:16

[이용범의 행복심리학] 배터리가 방전돼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daum.net)

 

[이용범의 행복심리학] 배터리가 방전돼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소셜 미디어는 이제 자기 과시의 장이 돼버렸다. 낯선 곳으로의 여행, 고급 레스토랑에서의 근사한 식사, 구매한 물건과 읽은 책들, 유명인과 함께 찍은 사진이 모두 과시의 대상이다. 어떤 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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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범의 행복심리학] 배터리가 방전돼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자기과시의 장이 돼버린 소셜미디어..상대방과 자신의 삶 비교에서 비극 시작
5시간 이상 온라인 활동 美청소년 불행..페이스북 억지로 끊었더니 되레 행복

소셜 미디어는 이제 자기 과시의 장이 돼버렸다. 낯선 곳으로의 여행, 고급 레스토랑에서의 근사한 식사, 구매한 물건과 읽은 책들, 유명인과 함께 찍은 사진이 모두 과시의 대상이다. 어떤 이는 스스로 선택한 무욕과 은둔의 삶까지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소셜 미디어를 이용한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나를 알아달라'라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추구하는 고결한 삶, 고상한 사상과 믿음, 위대한 창작물도 결국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무소유를 주장하는 책을 쓴 사람이 책 표지에 자신의 이름을 적는 심리와 유사하다. 그것이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인정받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는 인류 진화의 동력이었을 뿐만 아니라 모든 문화와 문명의 시발점이었다.

◆ 알고 나면 더 괴롭다

그러나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불행의 저수지이기도 하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모든 사람이 자신보다 행복해 보인다. 그들은 늘 연애를 하고, 여행을 즐기고, 유명한 맛집을 찾아다니며, 새로운 지식을 쌓고 있는 듯 보인다. 이런 사람들과 비교하기 시작하면 갑자기 자신의 삶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2017년 미국 연구팀이 기존에 진행된 11개 연구 논문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이 자기보다 모임에 자주 참석하고 친구도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당신이 열심히 소셜 미디어에 참여하고 있는 한 친구들도 당신을 부러워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당신이 바라보는 타인의 삶은 과장돼 있거나 위장된 것들이다. 친구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값비싼 음식 사진을 올렸다고 해서 그가 행복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그는 눈물을 흘리며, 억지로, 그 음식을 씹어 삼켰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가 자신보다 행복하다고 느끼며 그보다 나은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애쓴다.

본래 소셜 미디어는 간단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으로 출발했다. 지금은 시각적 이미지가 화면을 지배하고 있다. 멋진 시각적 이미지 때문에 우리는 타인과 자신을 비교할 수밖에 없다. 특히 여성들은 타인의 신체 이미지에 민감하다. 연예인들의 아름다운 외모는 비교의 대상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만 친구의 몸매와 얼굴은 자신과의 비교 대상이다. 여러 연구에 의하면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는 절반 이상의 사람이 타인의 신체 이미지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러나 이 이미지들은 그가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모습이며, 때로는 인위적으로 보정한 것들이다.

소셜 미디어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면 오히려 자신의 몸이 망가질 수 있다. 2018년 19세에서 69세까지의 한국인 7808명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인터넷 같은 미디어를 이용하는 시간이 하루에 6시간 이상인 사람은 2시간 미만인 사람보다 비만 위험이 1.42배 높다. 그런데도 우리 주변에는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있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사람이 많다.

◆ 당신에게 신경 쓰는 사람은 없다

사람들은 소셜 미디어에 올라온 타인의 모습을 두 가지 방식으로 평가한다. 하나는 그의 삶을 부러워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가 누리는 것들의 가치를 폄하하는 것이다. 부러움은 경쟁을 촉발한다. 타인을 부러워하는 사람은 그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애쓸 것이고, 당신 역시 이 경쟁에 뛰어들고 싶을 것이다. 그러므로 상대방을 부러워하는 사람보다 그들이 누리고 있는 것들의 가치를 폄하하는 사람이 덜 불행하다. 타인의 삶을 부러워하지 않으려면 이렇게 내뱉으면 된다. "왜 쓸데없는 데 돈을 쓰지?"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을 거라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늘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자신의 모습이 그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걱정한다. 다른 사람이 자신을 주목할 것이라고 착각하는 심리를 '조명 효과(spotlight effects)'라 부른다. 하지만 사람들은 당신의 존재에 별 관심이 없다.

2000년 심리학자 토머스 길로비치 연구팀은 대학생 190명을 대상으로 한 가지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학생 한 명에게 1970년대에 스타로 추앙받던 가수의 얼굴이 인쇄된 티셔츠를 입혔다. 그런 다음 실험 참가자들이 모인 곳에 잠시 앉아 있다가 나오도록 했다. 연구팀은 낯선 스타의 얼굴이 학생들의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결과는 의외였다. 이상한 옷차림을 알아챈 학생은 23%에 불과했다. 인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의 얼굴이 인쇄된 티셔츠를 입었을 때도 결과는 비슷했다. 사람들은 당신의 삶이나 모습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사람들이 주목하는 것은 오직 자신의 상태다. 당신의 멋진 이미지는 한낱 비교의 대상이 될 뿐이다.

◆ 온라인 활동과 행복의 상관관계

우리는 소셜 미디어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친구를 만나기 위해 동네 어귀나 학교 운동장을 종일 맴돌던 기억이 있다면, 또 짝사랑하는 이에게 편지를 전하기 위해 밤새 가슴 졸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말을 실감할 것이다. 그 시절엔 자신의 간절함을 전달할 수단이 마땅치 않았다. 하지만 요즘에는 다양한 형태의 소셜 미디어 덕분에 관계의 거리가 짧아지고 폭은 넓어졌다. 하지만 더 행복해졌는가?

2018년 미국 샌디에이고주립대학 연구팀이 1991년부터 2016년까지 10대 청소년 100만명의 행복지수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미국 청소년들의 행복지수는 2012년을 기점으로 갑자기 떨어졌다. 사실 2008년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청소년과 성인의 행복지수는 모두 낮아졌다. 경기 침체와 소득 불평등이 행복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하지만 금융 위기가 해소되고 경제가 성장한 2012년 이후에도 행복지수는 높아지지 않았다.

2012년에 갑자기 행복지수가 낮아진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연구팀은 그 이유를 스마트폰에서 찾았다. 2012년은 미국의 스마트폰 보급률이 50%를 돌파한 해였다. 분석 결과 하루에 다섯 시간 이상 온라인 활동을 하는 학생은 1시간 정도 온라인 활동을 하는 학생보다 2배 이상 불행하다고 느꼈다. 30세 이상의 성인들도 온라인에 중독된 사람은 행복지수가 낮았다. 하지만 온라인 활동을 전혀 하지 않는 것도 문제였다. 하루에 1시간 정도 온라인 활동을 하는 청소년의 행복지수가 가장 높았기 때문이다. 한 시간을 기준으로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늘어날수록 행복지수는 낮아졌다.

지나친 온라인 활동이 행복지수를 떨어뜨린다는 연구 결과는 많다. 2016년 사람들을 두 집단으로 나눈 후 한 집단에 일주일 동안 페이스북 이용을 강제로 끊게 했더니 페이스북을 계속 이용한 사람들보다 행복감을 느꼈다. 페이스북을 탈퇴한 사람들과 계속 계정을 유지한 사람들을 비교한 2017년 연구에서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왔다.

마음먹고 자랑을 했는데 아무도 '좋아요'를 눌러주지 않으면 몹시 기분이 상할 것이다. 사람들이 '좋아요'를 누르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진짜 좋아서 누르는 경우, 눌러야 하는 관계인 경우, 상대방이 내게도 '좋아요'를 누를 것이라고 기대하는 경우다. 사람들은 '좋아요'를 누르면서 상대방도 자신에게 '좋아요'를 누를 것이라고 기대한다. 응답이 없으면 친구들은 금세 당신을 떠난다. 따라서 '좋아요'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 만큼 콘텐츠가 뛰어나든지, 아니면 열심히 인간관계를 관리한 대가로 주어진다.

최근 인스타그램이 '좋아요'를 누른 횟수를 콘텐츠를 올린 사람만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을 테스트하고 있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만일 이 기능이 구현된다면 불필요한 사회적 비교와 경쟁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콘텐츠보다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생산하려 할 것이다.  

이용범 소설가ㅣ아시아경제 2019.07.17

2022.04.04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