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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세이] 원자력은 그린 에너지가 될 수 없다 - 유상균 (2022.03.28)

푸레택 2022. 3. 28. 20:46

[과학에세이] 원자력은 그린 에너지가 될 수 없다 /유상균 (daum.net)

 

[과학에세이] 원자력은 그린 에너지가 될 수 없다 /유상균

인류에 의한 기후변화로 지구생태계는 급격한 멸종과 파괴로 치닫고 있다. 3년째를 맞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그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줄어든 사이에도 지구의 기온은 티핑 포인트를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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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세이] 원자력은 그린 에너지가 될 수 없다 / 유상균 지순협대안대학 학장

인류에 의한 기후변화로 지구생태계는 급격한 멸종과 파괴로 치닫고 있다. 3년째를 맞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그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줄어든 사이에도 지구의 기온은 티핑 포인트를 향해 빠르게 치솟고 있다. 특히 미온적인 기후위기 대응으로 ‘기후악당’으로 낙인찍힌 우리나라의 경우 많은 것들을 짧은 시간 안에 바꿔야 할 커다란 부담을 안고 있어 큰 고통이 예상된다. 기후위기 앞에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기존 화석에너지로부터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에너지로의 전환이다. 최근까지 우리나라의 석탄 소비량은 세계 5위, 석유 소비량은 세계 8위 수준으로 이는 뼈를 깎는 노력 없이는 에너지 전환도 불가능함을 말해준다.

그럼 화석에너지를 대신할 수 있는 에너지는 어떤 것인지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온실가스 배출이 없을 뿐만 아니라 생태계에 큰 부담을 주지 않는 녹색 에너지여야 함은 당연하다. 그런데 이 가운데 원자력 에너지(사실은 핵에너지가 정확한 표현)를 ‘그린 택소노미(녹색분류체계)’에 포함시키고 기존 탈원전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제1 야당의 윤석열 대선후보는 에너지 정책 전반에 대한 무지에도 불구하고 탈원전 반대를 부르짖고 있으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원자력 에너지는 절대로 그린 에너지가 될 수 없다. 우리가 ‘녹색’을 말할 때 이는 온실가스 배출 여부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생태계의 기본적인 물질순환을 교란하면서 순식간에 전체를 파멸로 이끌 위험성이 있으며 어느 한 집단이 생산과정의 운영과 그 이익을 독점한다면 분명 녹색이라 할 수 없다. 원자력이 바로 이 모든 경우에 해당한다.

첫째, 사용 후 핵폐기물은 10만 년 동안 보관할 수 있는 안전한 장소가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는 증가하는 폐기물을 임시적으로 저장하고 있지만 이후 10년이면 포화상태에 이른다. 영구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 방법은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어느 지역의 주민들이 영구 핵폐기물 저장 지역 결정에 동의하겠는가! 2014년 미국 뉴멕시코주 지하 700m 폐기물 저장시설의 폭발사고로 쓰리마일 섬 원전 사고보다 더 큰 손실을 입은 사례로 볼 때 설령 저장시설이 마련된다고 해도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

둘째, 우리나라의 원전밀집도가 오랜 기간 부동의 세계 1위라는 점이다. 특히 고리 원전 주변 반경 30km 이내에 거주하는 주민은 무려 380만 명(2019년 기준)이며 이는 후쿠시마 원전에 비해 20배나 많다. 또 세계의 밀집도 상위 10곳 중 4곳이 우리나라 원전이다. 이 상황에서 폭발과 같은 사고가 발생한다면 그 피해는 상상하기 힘든 수준이 될 것이 뻔하다.

셋째, 원전산업은 고위급들 모두가 정치권 등 사회의 기득권들과 카르텔을 형성하여 이익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원전의 운영에 있어서 매우 폐쇄적이다. 과거에 원전 내 사고로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음에도 소수가 회의를 거쳐 없었던 것으로 처리한 사실이 추후 밝혀진 일도 있다. 이 외에도 많은 사고 은폐 사실들이 여러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느 누구도 원전이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없다.

반면 우리가 지금까지 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해 바친 노력은 너무나 한심하다. 그나마 현 정부가 들어서며 투자를 늘려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은 가까스로 4.8%(2019년 기준)가 되긴 했지만 이는 같은 해 OECD 평균 27.2%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지난 10년간 재생에너지 투자액도 미국 중국 일본 독일이 최상위권에 있는 반면 우리는 20위권 안에도 들지 못한다. 특히 2019년은 최초로 세계의 평균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원자력 발전을 넘어선 해인 반면 우리나라는 원자력 발전이 무려 5배나 더 많았다. 세계는 지금 위험한 원전으로부터 벗어나 안전한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는 자료다. 이제 에너지 생산에 있어서도 그 권한을 소수의 기득권이 독점할 것이 아니라 골고루 나누어 가져야 한다. 원자력은 절대 녹색 에너지가 될 수 없다.

글=유상균 지순협대안대학 학장ㅣ국제신문 2022.02.22

/ 2022.03.28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