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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민의 사이언스 빌리지] 코로나19의 습격.. 감염 막아줄 백신 언제쯤 나오나 (2022.03.26)

푸레택 2022. 3. 26. 11:18

[김병민의 사이언스 빌리지] 코로나19의 습격..감염 막아줄 백신 언제쯤 나오나 (daum.net)

 

[김병민의 사이언스 빌리지] 코로나19의 습격..감염 막아줄 백신 언제쯤 나오나

지난달 20일 국내에서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슈퍼 전파자의 등장과 함께 언론·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확진자의 동선이 화제가 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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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민의 사이언스 빌리지] 코로나19의 습격.. 감염 막아줄 백신 언제쯤 나오나

페니실린의 발견 '세렌디피티'.. 그 우연은 노력이 만든 필연
많은 단계 거치는 신약 개발.. 엄청난 돈·시간 투자 이뤄져야
자본에 눈 가린 근시안적 태도.. 인류생존 흔드는 '적' 될 수도

지난달 20일 국내에서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슈퍼 전파자의 등장과 함께 언론·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확진자의 동선이 화제가 됐습니다. 역학조사로 밝혀진 확진자의 홍길동 같은 동선과 함께 사생활이 공공연하게 노출되고 소문은 부풀려졌습니다. 사생활은 보호해야 하지만 확산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에서 비밀은 더 이상 비밀이 될 수 없었겠죠. 감염 경로에 자기가 있게 될 경우 발가벗겨질 치욕이 두려울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당시 제약회사에 다니던 친구가 우스갯말로 성인의 비밀스러운 침실이 들통날까 두려워 덩달아 남성 발기부전 치료제 매출도 감소할 거라고 하더군요.

인류는 질병에서 벗어나기 위해 신약을 만들어왔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남성 발기부전 치료제로 가장 먼저 연상되는 약이 처음부터 그 질환을 고치려고 만든 게 아니고 면역 관련 연구에서 비롯한 우연의 결과인 '세렌디피티(Serendipity)'라는 겁니다.

인간의 두뇌는 병원균이나 바이러스가 몸에 들어온 사실을 인지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생물학적 과정인 면역은 알아챕니다. 병원균 침입에 대해 적절히 방어하는 체계를 면역계라고 합니다.

우리 몸은 마치 중세의 성처럼 겹겹으로 방어와 공격 무기를 설치해놨죠. 높은 성곽과 굳게 닫힌 문으로 외부에서 침입하는 통로를 제한하듯 우리 몸의 경우 면역계 이전인 성벽에 1차 방어선이 있습니다. 피부는 사망한 피부세포인 각질과 죽어가는 과립세포층에서 흘러나온 지방으로 세균의 침입을 막습니다. 그래서 화상 환자들이 감염에 취약하고, 사실 때를 미는 목욕법은 결코 방어에 유리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사람은 한 번의 호흡으로 500㏄가량의 공기와 함께 1만마리에 가까운 세균을 몸에 넣지요. 물론 바이러스도 예외는 아닙니다. 바이러스 같은 지독한 존재가 아닌 세균들은 폐로 가기 직전 통로인 기도에서 점액에 포획되고 섬모에 의해 몸 밖으로 배출됩니다. 가래와 기침이 그들의 전리품인 셈이죠.

호흡기뿐만 아니라 눈과 코, 생식기에 존재하는 점액은 단순한 분비물이 아니라 항균 단백질을 포함한 화학무기입니다. 심지어 막힌 귀도 지방질과 항균 단백질이 버무려진 귀지로 스스로 청소합니다. 귀지는 일부러 제거해야 할 더러운 존재가 아닙니다.

본격적인 면역계는 1차 방어선인 성문 입구가 뚫리면 작동합니다. 2차 방어선의 킬러세포는 인체 세포와 다른 특정 분자 형태의 세균과 바이러스를 구별합니다. 복제해야 하며 이분법에 기대어 증식해야 하는 미생물이 이 특징을 상실할 수 없다는 게 인간에게는 행운이죠.

대표적 킬러세포인 호중구는 날마다 골수로부터 2억개 가량이 혈관으로 쏟아져 나와 감염을 포착합니다. 포착하면 병원균을 살해합니다. 인체 조직 대부분에 있는 대식세포는 이름처럼 세균을 포식합니다.

백혈구로 불리는 킬러세포는 고름이라는 잔해물로 병원균을 처리한 증거를 남깁니다. 그런데 킬러라는 이름답지 않게 수행은 세련되지 못합니다. 호중구는 그물을 전투 지역에 살포합니다. 걸려든 균에 독성 화학물질을 쏟아 분해합니다. 따라서 정상 조직도 막대한 피해를 보지요. 1918년 스페인독감으로 5000만명에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이 때문입니다.

이런 거친 킬러세포가 있지만 자연살해세포라는 것도 있습니다. 감염된 세포들을 심문해 수상하면 세포에 구멍까지 뚫습니다. 여기에 효소를 분비해 세포 스스로 자폭하게 하는 특수요원인 셈이죠.

전투에서 성문이 뚫리면 아군에게 적의 침투 위치를 외칩니다. 그래야 뚫린 곳으로 병력이 이동해 전투할 수 있으니까요. 세포는 말할 수 없으니 전령이라고 할 수 있는 화학물질을 퍼뜨립니다. 이 화학 전령은 인체 조직에 일으킨 급성 염증으로 킬러세포를 불러 모읍니다. 감염됐을 때 염증으로 통증을 느끼기 시작하는 것은 면역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했다는 뜻입니다.

인체가 사용하는 화학 전령 중 대표적인 것이 일산화질소입니다, 일산화질소는 혈관 내피세포나 조직의 대식세포에서 만들어집니다. 전투 지역의 혈관에 퍼진 일산화질소는 혈관을 넓혀줍니다. 혈관이 넓어지면 혈류가 늘어 백혈구 수도 빨리 늘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협심증 치료제를 찾고 있는 제약회사라면 인체의 면역 반응에서 발견한 사실을 기반으로 심혈관의 일산화질소 생성을 증가시키는 약에 대해 연구하게 됩니다.

신약 개발은 많은 단계를 거칩니다. 여기에는 시간과 비용이 들어갑니다. 그중 인체에서 약과 독을 구분하기 위해 약의 작용과 부작용이 멀리 떨어져 있는지 확인하는 임상시험은 가장 중요합니다.

불행하게도 협심증 치료제의 임상시험은 처음부터 좋지 않아서 중단됐죠. 그런데 임상에 참여한 환자들로부터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보고됐습니다. 신약을 투입한 후 원치 않은 발기 현상이 나타난 겁니다. 새로 개발된 신약이 남성의 음경 조직에서 일산화질소 생성을 증가시켜 혈관 확장으로 이어진 겁니다. 발기부전 치료제는 이렇게 우연한 과정에서 탄생해 제약시장을 흔들었습니다. 물론 엄청난 부와 교환했지요.

면역과 관련한 신약에 세렌디피티는 이것뿐만이 아닙니다. 1차 방어 장치인 점액에는 화학 무기가 들어 있었습니다. 대표적 점액인 눈물에는 나트륨, 칼륨 같은 전해질과 100여 가지의 단백질이 있습니다. 그중 라이소자임 단백질 효소가 또 다른 주인공입니다.

1921년 알렉산더 플레밍은 세균 배양접시에 이것저것 투입하며 세균 증식 억제 물질을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감기로 코에서 나온 점액 분비물을 배양접시에 넣었습니다. 놀랍게도 점액은 세균 증식을 멈추게 했습니다. 원인은 라이소자임으로 밝혀졌죠. 이 효소 탓에 세균의 세포벽을 구성하는 특정한 분자 패턴이 무력화됐습니다. 이는 결국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 발견의 도화선이 됐습니다.

그런데 언제까지 이런 세렌디피티에 의존할 수는 없습니다. 아직 인류는 면역이라는 빙산에서 수면 위로 올라온 부분만 알 뿐이지요. 특히 바이러스는 더 깊게 숨어 있습니다. 사실 바이러스와 세균은 인류의 적인 동시에 인류 구원의 존재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바이러스나 세균에 의해 미지의 질병을 이겨낼 수 있다는 공생 모델도 주장합니다. 1950년대 동유럽에서 시작한 파지의 과학이 대표적 모델이죠.

박테리오파지(bacteriophage)는 세균을 숙주로 하는 바이러스죠. 항생제와 달리 하나의 파지는 특정 박테리아에만 작용합니다. 그래서 박테리아별로 특정 파지를 찾아야 합니다. 그때까지 인류는 항생제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항생제의 남용과 내성에 따른 반론이 있지만 사람의 기본적인 면역계만으로는 지금과 같은 삶을 영위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요즘 항생제로 치료할 수 있는 대수롭지 않은 상처가 과거에는 괴사와 죽음을 불러왔습니다.

알렉산더 플레밍은 세균 증식 억제 물질을 연구하던 중 우연히 페니실린을 발견했다.

결국 필요한 경우에만 항생제를 처방해 내성균의 출현을 최대한 늦춰야 합니다. 그리고 범내성균 등장에 맞춰 차세대 항생제를 개발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신약 개발에는 많은 시간이 소모됩니다. 과학기술은 발전했지만 불행하게도 과거 플레밍처럼 무엇이든 넣어보고 세균 증식 억제 물질을 운 좋게 찾는 방법이 최선이죠.

페니실린은 곰팡이지만 대부분 항생제는 박테리아의 자기 보호 물질을 역이용하는 방법으로 만듭니다. 그래서 아직도 과학자들은 자연에서 박테리아가 번성하는 곳을 찾아다닙니다. 여기에는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듭니다.

백신 개발도 예외가 아니죠. 새로 출현한 신종 거대 바이러스나 변이를 반복하는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항체 개발의 경우 큰 비용과 실패라는 부담이 따릅니다. 그래서 제약회사는 새로운 항생제와 백신 개발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자본의 논리로는 타산이 맞지 않는 일이기 때문이죠. 30년 전부터 제약회사는 항생제 개발에서 손을 떼고 암과 심장병 치료제처럼 부와 바로 교환할 수 있는 신약에 눈을 돌립니다.

세균과 사투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제약회사는 이를 잘 알고 있음에도 외면합니다. 특히 자본에 의해 취약해진 계층은 당연히 가져야 할 권리마저 무시당하고 의료 차별까지 당할 염려가 있습니다.

자본에 눈이 가려진 근시안적인 태도가 언젠가 사회적 생태계 전체를 흔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세렌디피티는 단순한 우연이 아닙니다. 거기에는 수많은 노력이 있었지요. 무엇이 그 노력을 더디게 하고 있을까요.

자본은 가치의 저장이나 교환의 수단을 넘어 인간 세상까지 지배하는 권력이 됐습니다. 시장경제에서만 축복받는 자본. 보이지 않는 손이 아니라 바이러스처럼 보이지 않는 적일 수도 있습니다.

김병민 한림대학교 나노융합스쿨 겸임교수ㅣ아시아경제 2020.03.11

/ 2022.03.26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