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민의 사이언스 빌리지] 북극곰과 남극펭권이 만나면 인류는 사라진다 (daum.net)
[김병민의 사이언스 빌리지] 북극곰과 남극펭권이 만나면 인류는 사라진다
2020년이 힘겹게 지나고 있습니다. 유난히 길던 장마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간신히 삶을 버텨내고 있는 이들로부터 터전마저 앗아갔습니다. 바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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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민의 사이언스 빌리지] 북극곰과 남극펭권이 만나면 인류는 사라진다
2020년이 힘겹게 지나고 있습니다. 유난히 길던 장마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간신히 삶을 버텨내고 있는 이들로부터 터전마저 앗아갔습니다. 바이러스와 이상기후는 우리 사회의 약점에 먼저 접근해 가장 취약한 부분을 무너뜨렸죠. 하지만 자연은 불필요한 것을 만들지 않고 이유 없이 짓궂게 작동하지도 않습니다.
기상학에서는 적도 부근 동태평양의 평균 해수면 온도가 섭씨 0.5도 이하로 내려가면 '라니냐' 현상이 나타났다고 정의합니다. 거꾸로 온도가 올라가는 현상이 '엘니뇨'입니다. 코로나19가 세계를 휩쓸기 시작한 지난 4월부터 동태평양의 수온이 심상치 않았죠. 평년보다 낮아져 라니냐 현상이 감지된 겁니다.
태평양을 중심으로 서쪽 지역의 폭염과 집중호우가 여름 날씨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견됐습니다. 우리가 바이러스로 정신이 없을 때 자연은 선전포고하고 다가왔던 겁니다. 영향은 우리나라에만 미친 게 아니었죠. 시베리아는 38도의 고온으로 끓고 중국은 문명의 젖줄이 최악의 홍수로 몸살을 앓았습니다.
당시 라니냐에 대해 감지한 기상청은 올여름 최악의 무더위를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무더위는 없었고 대신 최장 기간의 장마와 최악의 폭우로 뭇매를 맞았습니다. 기상청은 오보청이라는 불명예까지 얻었죠. 최근 인공지능(AI) 도입으로 일기 예보의 정밀도를 높인다지만 사실 정확한 날씨 예측은 쉽지 않습니다.
날씨 예측에 동원되는 요소가 있습니다. 바람과 대기층 입자 그리고 수증기인 구름 같은 요소입니다. 지형과 바다의 특성도 있습니다. 대부분 액체와 기체처럼 유동적인 존재들입니다. 과학·공학에서는 이렇게 흐르는 존재, 그러니까 유체의 특성과 움직임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을 유체역학이라고 합니다.
유체역학은 까다로운 학문 가운데 하나입니다. 움직이는 많은 요인이 서로 영향을 주며 각자의 운동을 간섭합니다. 그래서 유체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게 어렵습니다. '나비효과'와 혼돈이라는 의미의 '카오스'라는 용어를 들어보셨을 겁니다.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즈(1917~2008)는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주에 토네이도를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프랑스의 수학자 앙리 푸앵카레(1854~1912)는 변화를 일으키는 요소가 세 개 이상인 물체 사이의 중력과 관련된 삼체 문제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훗날 혼돈 상황인 카오스 문제를 예견한 것이죠. 이처럼 유체역학은 난해합니다.

기후변화로 북극곰·남극 펭귄 삶의 터진 잃어
해수면 상승은 인류 문명에도 재앙
기상학자들, 반성·변화 없다면 종말 경고
그린란드 빙하소설 가속·남극 여름기온 최고
인류는 이런 유체의 흐름을 발생시키는 원인에 대해 탐구했습니다. 이윽고 스위스의 수학자 야코프 베르누이(1654~1705)와 레온하르트 오일러(1707~1783)에 의해 그 원인이 압력 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런데 1822년 프랑스의 공학자 클로드 루이 나비에(1785~1836)가 유체의 밀도, 다시 말해 점성이라는 요인이 같은 압력 조건에서 유체를 다르게 움직이게 만든다고 주장했죠. 점성 없는 유체에 대한 방정식인 오일러 방정식에 밀도와 점성의 관계를 포함해 새로운 방정식으로 탄생시켰습니다. 하지만 수학적 설명이 부족했죠. 당시 학자들은 유체의 기본적인 물리적 성질에 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천재적인 나비에는 직관으로 그 결과를 활용할 가능성도 인식했습니다.
이런 물리 방정식은 30여년이 지나 아일랜드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인 조지 스톡스 경(1819~1903)에 의해 수학적으로 도출됐습니다. 점성까지 고려한 유체의 이동 방정식에 두 사람 이름을 따 '나비에-스톡스'라는 이름이 붙게 됐죠. 물체의 움직임에 대해 기술한 아이작 뉴턴(1642~1727)의 운동방정식처럼 이 방정식으로 유체의 흐름을 설명할 수 있게 됐습니다.
2000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 소재 클레이수학재단에서 밀레니엄 7대 난제를 발표했습니다. 문제당 100만달러(약 12억원)의 상금이 걸렸죠. 그중 하나인 나비에-스톡스 방정식은 등장한 지 약 200년이나 지난 오늘날에도 3차원상에서 등호를 만족하는 답이 있는지 증명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학·공학의 위대함은 이런 데서 나타납니다. 삼체 이상에서 일어나는 힘의 관계를 모두 풀지 못해도 많은 대상이 서로 영향을 주는 경우 그 대상 집단으로 인해 일어나는 변화는 파악할 수 있죠.
우리는 이 방정식의 형태로 유체가 어떻게 흐르는지 모의실험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비행기를 띄우고 자동차를 빠르게 달리도록 만들며 태풍의 진로와 기상을 예측하는 겁니다. 그런데 이 방정식의 해는 알 수 없으니 근사해로 방정식을 성립시켜야 하죠. 결국 기상예보의 경우 여기에 적당한 수치 모델을 적용하는데 수치 모델조차 완벽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예측에 입력하는 관측 데이터도 '불연속'이라는 성질을 가진 게 문제입니다. 실제 세상의 날씨는 연속적이기 때문이죠. 결국 예측의 오류는 불가피합니다. 기상청에 향하던 곱지 않은 시선은 난제의 답도 못 푼다며 뭇매를 가하는 형상입니다. 이제 누군가를 탓하기 전에 더 근원적인 잘못과 원인부터 알아야 합니다.

기상청, 올 여름 최악 무더위 온다더니
역대급 장마에 폭우로 '오보청' 불명예
AI 도입에도 정확한 날씨 예보 어려워
예측 요소 유동적 '유체역학' 연구 노력에도
오류 불가피, 근원적 잘못·원인 알아야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뽀로로'를 잘 알고 있을 겁니다. 뽀로로는 펭귄의 이름이고 친구 중에 '포비'라는 북극곰이 있습니다. 뽀로로와 포비는 서로 잘 지내는데 현실에서 이게 가능한 일일까요? 요즘 북극곰이라는 말만 들어도 애처롭습니다. 기후변화로 서식지인 해빙을 잃어 오도 가도 못하는 북극곰은 이제 지구온난화의 대표적 아이콘이 됐습니다.
상황은 남극도 마찬가지입니다. 빙산ㆍ빙하의 소실로 남극 생명체의 터전이 상실되고 있습니다. 해수면 상승은 인류 문명에 큰 문제입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남극과 북극 사이에는 지구를 70%나 덮고 있는 바다가 있습니다.
바다와 대기 모두 지구 에너지 순환에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태양으로부터 지구까지 공급된 에너지를 바다는 해류로 지구 전체에 골고루 퍼지게 합니다. 그런 바다에 3.5%의 염분이 녹아 있습니다. 북대서양과 남극해에서 해빙에 포함되지 못한 염분으로 무거워진 차가운 물은 심층을 향해 가라앉게 됩니다.
이 심층수는 대서양을 통해 남쪽으로 흘러 남극해 심층수와 합류합니다. 이어 인도양과 태평양 심해까지 흘러가 동태평양의 적도 부근에서 표층으로 상승합니다. 그리고 다시 서쪽으로 이동해 대서양을 지나 원래 출발점인 북극까지 돌아갑니다. 심층수의 거대한 순환은 '대양 컨베이어벨트'입니다. 한 바퀴 도는 데 약 1000년이 걸립니다.

장마가 길어지자 미국 캘리포니아주나 하와이주의 날씨를 부러워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심층수가 표층으로 올라오는 것은 동태평양 부근에서 강한 바람이 표층수를 제거하기 때문입니다. 표층의 빈자리를 차가운 심층수가 채우기 위해 올라오는 거죠. 이 지역 날씨가 쾌청한 것은 솟아오르는 심층수 때문입니다. 라니냐ㆍ엘니뇨는 동태평양에서 심층수 상승과 물려 있는 현상인 것이죠. 이쯤 되면 바다에서 표층과 심층이 연결되고 지구 전체를 순환하는 거대한 흐름은 지구 기후의 바탕이구나 직감할 겁니다.
기상학자들은 인류가 반성과 변화 없이 지금처럼 행동하면 종말이 온다는 것을 나비에-스톡스 방정식으로 이미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인류는 여전히 거꾸로 가고 있죠. 얼음이 녹으면 인류는 북극에 접근하기가 쉬워집니다. 막대한 에너지원 발굴과 북극해 횡단 북서항로가 활성화하리라는 기대로 북극해 주변 국가ㆍ기업들의 관심이 집중될 것입니다. 이들 국가·기업은 개발로 환경이 변하리라는 것을 무시하기 십상입니다. 주권 문제와 더불어 부(富)에 대한 욕망으로 21세기 '뉴 그레이트 게임(New Great Gameㆍ영토와 자원을 두고 분쟁하는 새로운 양상의 패권 경쟁)'이 여기서도 벌어질 게 자명합니다. 그러면 극지에 묻혀 있는 탄소가 대기층으로 더 올라와 온난화를 가속할 겁니다.
이미 모든 지표는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 위기라는 재앙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그중 빙하는 모든 지표의 시금석입니다. 지난해 그린란드 육지의 빙하 소실량은 지난 30년 동안 해마다 사라진 평균 빙하량의 배에 가까웠습니다. 영구 동토층이 사라지는 것도 가속화했죠. 지난 2월 측정한 남극의 여름 평균 온도가 역대 최고치인 섭씨 18.3도에 이르렀습니다. 이제 북극과 남극은 낭만적인 정복의 대상이 아닙니다. 투자와 개발 구역도 아닙니다.
애니메이션 '뽀롱뽀롱 뽀로로'에서는 펭귄과 북극곰이 잘 어울려 살아갑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일 뿐이죠. 실제 세상에서는 북극곰과 남극의 펭귄이 서로 만나지 않고 각자 잘 살아가야 합니다. 우리는 자연에 의존해 살아갑니다. 그러니 터전을 지켜야 합니다. 북극곰과 남극의 펭귄이 실제로 만나게 되는 날, 지구에서 그 광경을 목격할 인류는 이미 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자연은 인류에게 의존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김병민 한림대학교 나노융합스쿨 겸임교수ㅣ아시아경제 2020.09.02
/ 2022.03.12 옮겨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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