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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사이언스] 클림트 '키스' 인간 탄생의 순간 담겼다.. 의학 관점에서 첫 해석 (2022.03.11)

푸레택 2022. 3. 11. 20:40

클림트 '키스' 인간 탄생의 순간 담겼다..의학 관점에서 첫 해석 (daum.net)

 

클림트 '키스' 인간 탄생의 순간 담겼다..의학 관점에서 첫 해석

화려한 황금 옷을 입은 두 남녀가 애틋하게 포옹하며 사랑을 나누고 있다. 남자의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입맞춤을 받는 여인은 황홀감에 눈을 감았다. 생명이 만들어지는 순간을 화려한 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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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비엔나 벨베데레궁전에 있는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 고려대 의대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이 작품에 인간 탄생의 순간이 과학적으로 담겨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정아 기자


[동아사이언스] 클림트 '키스' 인간 탄생의 순간 담겼다.. 의학 관점에서 첫 해석

ㅣ당대 의학자들이 밝힌 최신 발생학 연구 결과 문양으로 표현

화려한 황금 옷을 입은 두 남녀가 애틋하게 포옹하며 사랑을 나누고 있다. 남자의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입맞춤을 받는 여인은 황홀감에 눈을 감았다. 생명이 만들어지는 순간을 화려한 문양으로 담았다.  20세기 회화의 고전이 된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 ‘키스’다. 국내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의학적인 관점에서 클림트 작품 '키스'를 재해석했다. 작품에는 화가가 활동하던 1900년 전후 당대 의학자들이 밝혀낸 세포와 세균 구조, 특히 수정란의 발생 과정의 신비가 상징적으로 표현돼 있다는 내용이다. 유임주 고려대 의대 해부학교실 교수(BK21 의과학연구단 단장) 연구팀은 키스에 그려진 문양과 상징들을 의학 문헌들과 비교한 결과, 작가가 작품을 통해 인간 발생의 신비를 예술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달 9일 세계적인 의학학술지인 '미국의학협회(JAMA)'에 공개됐다.


고려대의료원, JAMA 제공


남자의 옷에는 흑백으로 강인한 느낌을 주는 직사각형이 표현돼 있는데, 고해상도 현미경으로 관찰했더니 그 주변에 정자의 목을 도식화한 문양들이 그려져 있었다. 여자의 옷에는 달걀처럼 둥글게 표현된 난자가 다수 그려져 있고, 그 사이에는 난자를 향해 헤엄쳐 가는 듯한 수많은 정자들이 그려져 있었다. 여기에 난자와 정자가 만나 수정되는 순간을 표현한 듯한 문양도 있다. 유 교수는 수정란에서 오렌지색으로 그려진 띠 부분이 난자막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클림트가 당시 의학자들이 막 밝혀낸 수정 현상, 즉 난자가 수정되면 난자막에 변화가 일어나 다른 정자가 더 이상 수정되지 않도로 하는 현상을 그림으로 표현했다"고 분석했다. 이외에도 키스에는 수정란이 세포분열해 분화하는 과정, 2세포기와 4세포기, 8세포기, 그리고 12~32개의 분할 알갱이로 구성된 오디배로 발달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유 교수는 "당시 의학자들이 밝혀낸 인간 발생 첫 3일 간의 현상들이 그림 안에 담겨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팀이 이 작품을 이렇게 분석한 근거는 당시 의학의 역사와도 맞닿아 있다. 클림트가 '키스'를 그렸던 1900년 전후는 현미경 광학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던 시기다. 당대 의학자들은 현미경을 이용해 세포와 세균의 미세 구조를 자세히 관찰했다. 특히 생식세포들이 어떻게 수정되고, 수정란이 어떻게 배아(태아의 전 단계)가 되는지 등을 밝혀내는 발생학 분야도 눈부시게 발전했다.

또 클림트가 살았던 오스트리아 비엔나는 유럽의 어느 다른 대도시보다 예술가와 과학자, 의사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격의 없이 만나 토론을 나누는 '살롱 문화'가 발달해 있었다. 유 교수는 그가 자주 출입했던 살롱은 에밀 주커칸들 비엔나 의대 해부학 교수의 부인이자 작가인 베르타 주커칸들이 운영했다는 점도 주목했다. 그는 여기서 해부학자들과 친목을 쌓으면서 해부학 실습실을 견학하기도 했다. 주커칸들 교수는 클림트에게 찰스 다윈의 진화론, 에른스트 헤켈이 동물 발생 과정을 그림으로 나타낸 자료들을 소개했다.

연구팀은 '키스'에서 나오는 문양들이 헤켈의 책에 나오는 그림들을 참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클림트가 일생을 통해 추구했던 큰 주제 중 하나는 생로병사로 이어지는 인생 주기였다"며 "이런 관점에서 '키스'는 클림트의 작품 제1장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화사적인 측면에서도 20세기 초 의과학의 발전이 문화 곳곳에 영향을 끼친 대표 사례"라며 "융합이 중요한 4차 산업시대 현대인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설명했다.

글=이정아 기자ㅣ동아사이언스 2021.12.14

/ 2022.03.11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