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철의 꽃이야기] 서울에도 매화 개화, 베스트 감상 명소는? (daum.net)
[김민철의 꽃이야기] 서울에도 매화 개화, 베스트 감상 명소는?
<”그 들판은 매화낙지다. 산에 가로 막혀서 더 뻗어나가지 못한 것이 서운은 하다만, 땅의 지세가 아주 좋으니라.” “매화낙지?” “매화 매(梅), 꽃 화(花), 떨어질 락(落), 따 지(地), 그렇게 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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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철의 꽃이야기] 서울에도 매화 개화, 베스트 감상 명소는?
<”그 들판은 매화낙지다. 산에 가로 막혀서 더 뻗어나가지 못한 것이 서운은 하다만, 땅의 지세가 아주 좋으니라.”
“매화낙지?”
“매화 매(梅), 꽃 화(花), 떨어질 락(落), 따 지(地), 그렇게 쓰지.”
“꽃이 떨어지는데 무엇이 좋은가요?”
“이 사람아, 꽃은 지라고 피는 것이라네. 꽃이 져야 열매가 열지. 안 그런가? 내 강아지.”
청암부인은 어린 강모를 무릎에 올려 앉히며 궁둥이를 토닥여 주었다. (중략) 그날 밤, 강모는 그 아득한 들녘 먼 곳까지 하염없이 하염없이 매화 꽃잎이 날리는 꿈을 꾸었다.>
최명희 대하소설 ‘혼불’에서 매안 이씨 종가의 청암부인이 손자 강모에게 들판 모습을 설명하는 장면이다. 매화낙지(梅花落地)는 ‘매화가 떨어진 형상의 터’라는 뜻으로, ‘명망 높은 자손들이 태어나는 명당’을 말한다. 매화가 땅에 떨어지면 향기를 내뿜으므로 발복(發福)하는 자리라는 것이다.
서울에도 막 매화가 한두 송이씩 피기 시작했다. 아래 사진은 지난 주말 여의도 샛강생태공원에서 본 매화다. 지난해에는 2월23일 서울에서 첫 매화를 보았는데 열흘 정도 늦었다. 지난 2월 예년보다 추운 날씨가 이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가까이 가니 매화 향기가 훅 끼쳤다. 이 향을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늦게 핀만큼 매화 향기가 더 그윽한 것 같았다.

막 핀 매화. 3월5일 여의도 샛강생태공원.
샛강생태공원 말고도 서울에서 매화를 감상하기 좋은 곳이 더 있다. 접근성이나 운치까지 포함하면 창덕궁 낙선재 앞뜰이 가장 좋은 곳 아닐까 싶다. 낙선재는 헌종과 경빈 김씨의 사랑이 깃든 장소로 유명하며, 고종의 막내딸 덕혜옹주 등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실 가족들이 1989년까지 머문 곳이다. 이곳 앞뜰과 화계(花階)에도 곧 매화가 필 것이다. 특히 앞뜰 매화는 바로 앞에서 자태와 향기를 감상할 수 있어서 좋다.

낙선재 매화. 지난해 3월.
매화를 여러가지로 구분하지만 꽃잎과 꽃받침 색깔에 따라 백매, 청매, 홍매로 구분하는 것이 기본이다. 매화 중 꽃잎이 하얀 것 중에서 꽃받침이 붉은색이면 백매, 초록색이면 청매다. 홍매는 꽃잎 색이 붉은 것을 이른다.
낙선재엔 백매, 청매 둘 다 있다. 낙선재 매화를 본 다음 낙선재 바로 위쪽에 있는 성정각 자시문 앞 홍매화를 보는 것도 빠뜨리지 마시길. 낙선재 앞 매화보다는 개화가 좀 늦긴 하지만 그래도 홍매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꽃잎이 붉고 여러 겹인 만첩홍매다.
다음으로 요즘 서울에서 매화 감상의 핫 스팟으로 떠오른 곳이 청계천 매화거리다. 서울지하철 2호선 용답역과 신답역 사이 청계천변에 매화 군락지가 있다. 지난 2006년 경남 하동군이 기증한 매실나무를 심은 곳이라 원래 이름이 ‘하동매실거리’다. 16년쯤 흘러 나무들이 제법 실하게 자랐다. 신답역 쪽으로 걷다 보면 대나무와 함께 핀 홍매화도 볼 수 있다.

청계천 하동매실거리 매화. 2021년 3월.
서울 매화를 얘기하면서 봉은사 홍매화를 빠뜨릴 수 없겠다. 해마다 3월 중순이면 많은 사람들이 서울 봉은사에 이 홍매를 보러 간다. 봉은사 홍매는 꽃잎 색깔이 진한 붉은색이라 사찰 기와 지붕과 잘 어울려 어디를 배경으로 해도 인생샷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봉은사 홍매화. 2021년 3월.
남산 안중근기념관 앞에는 매실나무 두 그루가 있다. 이 매실나무들은 용이 엎드린 형상이 된다고 해서 ‘와룡매’라고 불리는 품종이다. 이 와룡매는 400년 사연이 있다. 원래 창덕궁 선정전 앞에 있었는데, 임진왜란 때 다테 마사무네라는 일본 장수가 전리품으로 뽑아간 나무였다. 1999년 그 후계목인 백매와 홍매 한 그루씩을 400년만에 일본에서 기증받아 남산에 심은 것이다. 다른 매화에 비해 개화가 늦은 편(3월말~4월초)이다. 매화가 피기 시작했으니 서울도 곧 백화만발하는 시기가 올 것 같다.

서울 남산 안중근기념관 앞 와룡매. 꽃잎이 여러 겹인 만첩백매다.
글 김민철ㅣ조선일보 2022.03.08
/ 2022.03.10 옮겨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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