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 걷고 또 걷고 기차를 타고

[조용준의 여행만리] 철새도 춤추게 하는 겨울 늪의 황홀경.. ‘순천’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진 생태여행 1번지

푸레택 2022. 2. 5. 21:11

[조용준의 여행만리]철새도 춤추게 하는 겨울 늪의 황홀경 (daum.net)

 

[조용준의 여행만리]철새도 춤추게 하는 겨울 늪의 황홀경

[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 기자] 갈대와 물억새들이 쏴쏴~ 파도소리를 내며 춤을 춥니다. '뚜르르 뚜르르' 철새들의 요란스런 날갯짓이 습지를 가득 채웁니다. 전남 순천은 우리나라에서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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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에 노을이 지고 동천 무진교에 조명이 들어오면 갈대밭은 환상의 세계로 변한다. 솜털같은 갈대가 반짝반짝 빛나는 풍경이 정겹다.

순천만은 겨울에 진가를 드러낸다. 겨울손님 철새들 때문이다. 천연기념물 흑두루미 가족이 순천만 습지위를 날고 있다.

용산전망대에서 바라본 순천만의 노을

순천 드라마세트장

천년고찰인 송광사의 침계루


ㅣ 순천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진, 생태여행 1번지

[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 기자] 갈대와 물억새들이 쏴쏴~ 파도소리를 내며 춤을 춥니다. '뚜르르 뚜르르' 철새들의 요란스런 날갯짓이 습지를 가득 채웁니다. 전남 순천은 우리나라에서 '생태 여행 1번지'로 꼽히는 곳입니다.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세계유일의 온전한 연안습지인 순천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천연기념물 흑두루미가 정겹게 하늘을 날고 끝없이 펼쳐진 갯벌과 갈대는 환상적입니다. S자로 굽이치는 물길을 달구며 넘어가는 일몰은 감동적으로 다가옵니다. 고풍스런 모습 그대로 간직한 낙안읍성과 천년고찰 선암사, 송광사는 마음을 정화시키고 차분하게 하는 매력을 가진 곳입니다. 그뿐인가요. 순천은 문학적 향기도 그득한 여행지입니다. 아름다운 자연 못지않게 소설이나 시속에 등장하는 순천은 문화와 사람이 어우러진 곳들을 많이 다루고 있습니다. 새해 첫 여정으로 순천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순천여행의 시작은 뭐니 해도 순천만습지다. 순천이 생태관광지라는 명성을 얻은 곳이다. 하지만 순천만습지는 김승옥의 단편소설 '무진기행'의 배경이 되는 '무진'이기도 하다. 소설 속의 무진은 일상과 이상, 현실과 동경의 경계가 어우러진 곳이다. 순천만에 들어 동천(東川)을 가로지르는 아치형 다리를 건너면 갈대숲 탐방로로 이어진다. 이 다리가 바로 무진교다. 그렇다. 김승옥의 '무진기행'의 그 무진(霧津)일 것이다.


순천만습지 한쪽의 순천문학관은 2010년 10월 문을 열었으며 김승옥과 함께 정채봉의 문학 세계를 기리고 있다. 문학관에는 두 작가의 생애와 문학세계를 한눈에 조감할 수 있도록 육필원고, 저서, 생활유품 등 관련 자료를 다양하게 전시하고 있다. 순천만 갯벌 면적은 22.6㎢에 달한다. 간조시에 드러나는 갯벌 면적만 따져도 12㎢에 달할 정도로 광활하다. 이곳에 5.4㎢에 달하는 거대한 갈대군락이 동천과 이사천의 합류지점에서 순천만 갯벌 앞쪽까지 펼쳐져 있다.

이런 순천만은 겨울에 진가를 드러낸다. '겨울손님' 철새 덕분이다. 흑두루미, 재두루미, 노랑부리저어새, 큰고니, 검은머리물떼새 등 국제적으로 보호되는 철새 희귀종들이 이맘때면 순천만에 둥지를 튼다. 모두 230여종으로 우리나라 전체 조류의 절반이나 된다.

해질 무렵 생태관 앞 울타리 너머 들판에는 '뚜르르 뚜르르' 흑두루미 울음소리가 가득하다. 한 무리의 흑두루미들이 들판을 힘차게 날아올라 습지를 비행한다.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선보이는 날갯짓은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웅장하고 황홀하다. 그 뒤를 이어 가창오리떼가 멋진 군무를 펼치며 농경지로 날아든다. 순천만을 배경으로 붉은 노을을 가로 질러 하늘과 땅, 그리고 바다와 육지의 경계를 허물고 모였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하는 모습은 탐방객의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무진교를 건너기 전 오른쪽 선착장에서 생태체험선을 타면 습지를 구석구석 돌며 철새떼를 코앞에서 보는 재미가 있다.

람사르습지 협약에 등록된 순천만을 제대로 즐기려면 용산전망대를 올라야 한다. 갈대밭 데크가 끝나는 지점에서 용산전망대까지 1.3km 산책로가 이어진다. 왕복 40분의 수고로움을 기꺼이 감수할만하다. 일부 가파른 구간에는 나무데크와 왕골을 깔아 걷기에 전혀 불편하지 않다. 높지 않은 산인데도 전망대에서 보는 순천만은 완전히 새로운 모습이다. 갈대밭과 인안들을 휘감아 나가는 S자 물길 사이로 사람의 발길이 닿을 수 없는 자연 습지가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순천만습지에서 와온해변이 멀지 않다. 박완서 작가가 '봄꽃보다 아름답다'고 쓴 개펄이 그곳에 있다. 모래사장 대신 드넓은 갯벌이 펼쳐진 뻘 해변이다. 용산전망대와 달리 이곳에선 느긋하게 해변산책길을 거닐며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 서쪽 하늘이 붉게 물들면 사기섬(이곳 주민들은 상섬으로 부른다)을 중심으로 넓게 펼쳐진 갯벌에 물이 고인 지점마다 점점이 노을이 떨어진다.

순천만을 뒤로 하고 조계산 기슭으로 간다. 이름난 고찰 선암사다. 선암사는 정호승의 시집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에 실린 시 '선암사'에 등장한다. 이 시에서 시인은 선암사 해우소에서 "풀잎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줄 것이니 "실컷 울어라"고 썼다. 선암사는 늦봄 절집에 가득 피어나는 매화(선암매)로 유명하다.

조계산을 두고 선암사 맞은편에는 송광사가 있다. 화려함보다는 고찰의 위엄과 기품으로 무장하고 있다. 승보사찰은 부처의 진리를 포교하는데 주력하는 사찰로 송광사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16명의 국사를 배출한 곳이다. 약 1km 숲길을 걸어 일주문을 지나면 개울 옆에 침계루(枕溪樓)라는 건물이 눈길을 끈다. 계곡을 베고 누운 누각이라는 이름처럼 길이가 다른 8개의 기둥이 개울의 경사에 맞춰 건물을 떠받치고 있다.

자연을 닮은 멋스러움이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겠다. 붉은 기둥과 파란색 창문의 조화에도 송광사의 절제가 엿보인다. 송광사의 불일암은 법정 스님이 1975년부터 1992년까지 기거하며 글을 쓴 곳이다. '무소유'는 법정 스님이 불일암에 머문 이듬해인 1976년 작품이다. 불일암은 송광사에서 편백과 대나무 숲을 지나 부드러운 길 끝에 있다.

순천 여정에서 조례동의 드라마세트장을 빼놓을 수 없다. 세트장에는 1960년대 태백의 탄광마을과 1980년대 서울 변두리, 그리고 1970년대 서울의 달동네가 완벽하게 재현돼 있다. 시간의 태엽을 40년 전쯤으로 감은 탄광마을의 골목을 걷다보면 그 시절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낙안민속마을은 사람 냄새가 난다. 수백년 전 부터 지금까지 밥을 짓고 빨래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살아가는 그런 곳이다. 불 밝힌 정겨운 돌담길을 걷다보면 어느새 시간이 멈춘듯 과거로 들어간다.

순천=글 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 여행메모

△ 가는길=
순천만은 수도권에서 가면 경부고속도로와 논산천안고속도로, 호남고속도로를 지나 익산포항고속도로, 순천완주고속도로 완주분기점, 남해고속도로 해룡교차로를 지나 인월사거리에서 좌회전하면 된다. 선암사는 호남고속도로 승주IC에서 가깝고, 송광사는 주암IC에서 가깝다.

꼬막정식


△ 먹거리=순천에는 맛집들이 즐비하다. 그중 별미로 꼽히는 것이 짱뚱어탕이다. 대대포구에 식당이 여럿 있다. 순천만 입구에는 꼬막정식(사진)을 내놓는 집들이 많지만 맛은 모두 비슷비슷하다. 송광사 인근에는 길상식당이 선암사에는 진일기사식당이 이름났다.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아시아경제 2020.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