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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준의 여행만리] 깎아지른 절벽, 하늘을 향해 핀 보라빛 자태.. ‘강원도 평창·정선’ 동강변따라 동강할미꽃 찾아가는 여정

푸레택 2022. 1. 30. 19:20

동강에서만 자라는 동강할미꽃은 세계 유일의 특산종이다. 깎아지른 바위절벽에서 강인한 생명력을 보여주며 화사한 보라빛 자태를 뽐낸다.

[조용준의 여행만리] 깎아지른 절벽, 하늘을 향해 핀 보라빛 자태 (daum.net)

 

[조용준의 여행만리] 깎아지른 절벽, 하늘을 향해 핀 보라빛 자태

[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 기자] 깎아지른 뼝대(절벽의 강원도 방언) 바위틈에 꼿꼿하게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척박한 곳에서도 강한 생명력으로 피어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습니다. 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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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준의 여행만리] 깎아지른 절벽, 하늘을 향해 핀 보라빛 자태.. ‘강원도 평창·정선’ 동강변따라 동강할미꽃 찾아가는 여정

깎아지른 뼝대(절벽의 강원도 방언) 바위틈에 꼿꼿하게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척박한 곳에서도 강한 생명력으로 피어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습니다. 강원도 동강 유역에서만 서식하는 세계 유일의 특산종인 동강할미꽃이 활짝 피웠습니다. 보라색 할미꽃은 휘돌아가는 동강의 절경과 어우러져 봄을 알리고 있습니다. 동네 야산에서 자주 보는 허리 꼬부라진 할미꽃을 떠올리게 하는 것과 달리 동강할미꽃은 하늘을 향해 꼿꼿한 모습이 남다릅니다. 강인한 생명력을 보여주는 동강할미꽃은 야생화 중에서도 귀한 대접을 받고 있는 있습니다. 그 귀한 봄손님을 지난 주 만났습니다. 꼿꼿한 모습 그대로 동강변 절벽에서 화사한 보라빛 자태를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강원도 정선, 영월, 평창을 흐르는 동강은 빼어난 경치를 가진 강이다. 물굽이가 수직의 뼝대를 감아 돌며 사행하는 탓에 물 옆으로 좀처럼 길을 내주지 않고 오지의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그 빼어난 절경과 여울을 따라 동강할미꽃이 살포시 고개를 내밀었다. 평창군 미탄면과 정선 귤암리의 작은 산촌마을에 이맘때면 보석 같은 꽃향기로 진동한다. 절벽 틈 사이로 빠끔히 고개를 든 동강할미꽃이 고고한 자태를 뽐내며 동강의 봄을 열고 있다.


인적 드문 산골인 미탄면 문희마을로 간다. 11년 전 처음 만난 이후 잊고 지내다 사뭇 그 소식이 궁금해 설레는 마음으로 동강을 향해 길을 나선 참이다. 이곳으로 목적지로 잡은것은 인근 정선이나 영월보다 빨리 피고 지는 특징이 있어서다. 지면으로 소개가 될 쯤에는 동강할미꽃이 절정을 지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고육지책이다. 동강변의 봄소식을 독자들에게 알리려는 마음과 찾기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동강할미꽃을 보려는 여행객들은 지면으로 보랏빛 아름다움을 먼저 느껴보시고 코로나19가 종식되면 내년 봄 그때 찾아 가는게 좋겠다.

처음 동강할미꽃이 발견된 곳은 정선 귤암마을이었다. 주민들이 뼝대라고 부르는 거대한 수직 절벽이 동강할미꽃의 자생지다. 하지만 이곳은 전국에서 몰려오는 사진가, 관광객들로 매년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러나 동강을 한 굽이 돌아 있는 문희마을은 그보다 덜 알려져 보존이 그나마 잘 되어 있는 곳이다. 문희마을을 지나 강변을 따라가자 '동강할미꽃 서식지'라는 안내판이 서 있다. 그 옆으로 백룡동굴로 가는 뱃길이 유유히 물길을 헤치고 있다.

동강변 깎아지른 절벽으로 향했다. 쏟아질 듯한 절벽이지만 위압적이지 않다. 동강이 지닌 여유와 푸근함 때문일 것이다. 그 절벽에 자줏빛과 붉은빛 점들이 번지며 생명이 자라고 있었다. 예전에 만난 동강할미꽃과 다름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습이 황홀했다. 현란한 화려함이 아닌 바위틈에 불현듯 반짝이는 아름다움이다. 오랫동안 잔영이 남는 그런 꽃이다. 이름은 할미꽃이지만 전혀 할미꽃이 아닌 수줍은 새색시 마냥 가냘프고 고운 미녀 같은 꽃이다. 보라색과 붉은 자주색 꽃이 오후의 봄빛을 받아 초롱초롱 빛을 내며 하늘 향해 당당하게 서 있다.

큰 주목을 받지 못하던 이 꽃이 주목을 받은 건 1997년이다. 동강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생태 사진을 찍던 사진작가 김정명씨는 우연히 귤암리 석회암 뼝대에 작은 꽃들이 힘겹게 매달려 있는 것을 보고 사진을 찍었다. 절벽 사이 좁은 틈 또는 절벽에 쌓인 흙먼지에 뿌리를 내리고 억세게 살아가는 모습이 우리네 모습과 많이 닮은 듯 해 작가의 심금을 울렸을 것이다. 이후 한국 식물연구원 이영노 박사가 2000년에 '동강'이라는 이름을 붙여 동강할미꽃이 탄생하게 됐다.

동강할미꽃은 사는 곳, 꽃 색깔, 피는 모습 모두가 기존 할미꽃과는 사뭇 다르다. 특히 고개를 숙이는 여느 할미꽃과는 달리 깎아지른 기암괴석에 뿌리를 내리고 하늘을 향해 꽃을 피워 올리는 자태는 신비감 그 자체다. 동강할미꽃은 동강 주변의 정선, 영월, 평창의 석회암 바위틈에서 자라는 한국의 자생 야생화로 3월말부터 4월 초순에 꽃을 피운다. 가장 늦게 봄이 드는 강원도 땅에 살지만 4월 초순이면 어김없이 꽃을 피우는 것이 신기한 일이다.

동강할미꽃은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로 15cm정도의 보라색 꽃을 피우며 전체에 흰 털이 많다. 잎은 뿌리에서 나는 깃꼴겹 잎으로 작은잎 7~8장으로 이루어진다. 마을주민들은 '동강 할미꽃'이 아름답다는 소문에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훼손이 될까 우려하고 있다. 예전보다 사람들의 손을 많이 탄 느낌과 꽃을 보러 이동하는 주변의 훼손이 왠지 모를 안타까움으로 몰려왔다.

문희마을 주민은 "척박한 절벽에서 자라는 동강할미꽃은 자연이 심어 놓고 가꾼 보석같은 꽃"이라며 "마을주민은 물론 탐방객 모두가 잘 보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름만 들어도 정겨운 우리 꽃, 동강을 붉게 물들이며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면 동강할미꽃도 활짝 열었던 꽃잎을 서서히 닫는다. 탐방객들로 하나 둘 온 길을 되짚어 나서며 노을속으로 사라진다. 황홀한 만남의 기쁨보다 번지는 아쉬움이 발걸음을 잡는다.

시간여유가 있다면 문희마을 뒤쪽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백운산의 칠족령 전망대에 올라봐도 좋다. 전망대에 오르면 동강의 굽이치는 물줄기가 시원스레 한눈에 들어온다. 칠족령까지는 왕복 3시간이면 넉넉하다. 또 문희마을에는 천연기념물 제260호로 지정된 백룡동굴이 있다. 1.8㎞ 길이의 천연석회동굴로 동강 수면 위 15m 지점이 입구다. 국내 최초의 체험형 동굴이다. 탐사복장을 갖추고 가이드와 함께 낮은 포복, 오리걸음, 개구멍 등을 통과하면 석순, 종유석, 동굴방패 등 신기한 모양의 동굴 생성물들을 감상할 수 있다.

◇ 여행메모

▲ 가는길=영동고속도로 새말IC에서 나와 평창읍을 지나 미탄면 소재지를 벗어나면 곧 문희마을 이정표가 나오고 10km 정도 가면된다.

▲ 먹거리=송어의 본고장이다. 기화천의 맑고 찬물을 이용해 송어를 양식해 육질이 단단하고 맛이 좋다. 선홍빛이 도는 송어회를 그냥 먹거나 각종 야채와 콩고물을 넣고 비벼먹으면 된다.

평창ㆍ정선=글ㆍ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아시아경제 2021-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