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기러기 다 날아가고 - 조명리(趙明履)
기러기 다 날아가고 서리는 몇 번 온고
秋夜도 김도길사 客愁도 하도하다
밤중만 滿庭明月이 故鄕인 듯하여라
[뜻풀이]
*온고: 온 것인가? ‘~ㄴ고’는 물음을 나타내는 종결형 어미의 옛말.
*추야(秋夜): 가을 밤.
*김도길사: 길기도 길구나! ’김도’는 ‘길다’의 ㅁ전성명사인 ‘김’과 선택을 나타내는 ‘~도’거 어울려져, ‘길기도’의 뜻이며, ‘길사’는 ‘길다’와 감탄의 뜻을 나타내는 ‘~ㄹ사’가 어울린 말이다.
*객수(客愁): 객지에서 느끼는 시름.
*하도하다: 많기도 많구나! ‘하도’는 ‘하’를 강조하는 말로, 정도가 심하거나 수량이 매우 많음을 이르는 말이다.
*밤중만: 밤이 가득 차서야.
*만정명월(滿庭明月): 뜰을 환하게 가득 비춰주는 밝은 달.
[풀이]
기러기떼 날아가고 서리는 무릇 몇 번이나 왔는고? 가을 밤도 길기도 한데다, 나그네가 객지에서 느끼는 시름도 너무 많구나! 밤중에만 뜰에 가득히 비치는 밝은 달만이 고향에 있는 듯한 착각을 일게 하는구나!
[지은이]
조명리(趙明履:1757~1813): 자(字)는 중례(仲禮)이며, 호(號)는 노강(蘆江)이며, 본관(本貫)은 임천(林川)이다. 정조(正祖)2년에 약관(弱冠)22세로 문과(文科)에 장원급제(壯元及第)를 하고서, 한림학사(翰林學士)를 비롯하여, 삼사(三司), 승지(承旨), 참판(參判), 부제학(副提學) 등을 거쳐, 벼슬이 예조판서(禮曹判書)에 이르렀다. 어려서부터 학문을 깊이연구하여 전장제도(典章制度)와 같은 난해(難解)한 것을 터특 하였으므로, ‘대유(大儒)’라는 칭송을 받기도 하였다. 그가 남긴 시조 4수가 에 전하는데, 김수장(金壽長)이 다 싣지 못함을 한탄한 것으로 미루어 더 많은 작품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 된다. 또한 그 작품을 평(評)하여 말하기를, "사의(辭意)가 선명(鮮明)하고 안계(眼界)가 활연(闊然)하여 극히 귀(貴)하도다"라고 하였다.
[참고]
작자가 유배를 떠나 귀향지에서 겪는 시름에, 기나긴 가을 밤 뜰에 비친 환한 달빛을 보고서 마치 고향에 있는듯한 심정을 읊은 것이다. 그는 1735년 지평 이태중(李台重)이 왕의 미움을 사서 유배를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일찍이 그를 한림직(翰林職)에 추천한 사실이 있었다 하여 함께 삭직되었다. 그뒤 교리로 복직되었다가 소론 이광좌(李光佐)의 당으로 지목되어 2년간의 유배생활을 보냈다. 아마도 이 시는 그 당시 유배지에서의 심경을 읊은 것으로 보인다.
[원문] 일소일빈 (daum.net)
일소일빈
한자는 우리글이다
blo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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