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 생태 과학 칼럼 모음

[과학칼럼] '행복해지고 싶어도 쉽게 행복하지 못한 이유' 장동선 뇌과학 박사 (2021.08.02)

푸레택 2021. 8. 2. 15:13

△ Franz Marc (1880-1916), Im Regen (In the Rain), 1912. ©Wikimedia Commons

그 어느 때보다 몸의 건강과 마음의 힐링이 중요해진 지금, 모두가 좀 더 행복해지기 위한, 넓은 의미의 치유를 도울 수 있는 이야기들을, 자연과 과학, 기술 안에서 찾고자 합니다.(편집자주)

[장동선의 치유하는 과학] 행복해지고 싶어도 쉽게 행복하지 못한 이유

삶은 예측하기 어렵다. 언제 병에 걸릴지, 사고를 당할지, 갑자기 삶이 끝나버릴지 알 수 없는 것이 인생이다. 본질적으로 예측이 안 되는 삶을 살지만, 이 불가능을 극복하고자 늘 예측을 시도하는 것이 우리의 뇌다. 뇌가 존재하는 이유는 미래를 예측하기 위함이라고 뇌과학자들은 이야기한다.

모든 일을 예측하기에는 한계가 있기에, 우리의 뇌는 생존을 위협하는 신호들에 민감하다. 병, 사고, 죽음처럼 부정적인 자극에 뇌는 더 많은 주의와 관심을 기울인다. 그러다 보니 평화로운 마음으로 가득차서 행복감을 느끼는 순간들보다 뭔가 문제가 터져서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걱정하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순간들이 더 많아지는 것이 당연하다.

실험실에서 다양한 감정의 얼굴들을 보여줘도 사람들은 화난 얼굴을 행복한 얼굴보다 빨리 인지한다. 모든 것이 평화롭고 안전한 상황을 보여주는 사진보다, 커다란 사건이 터져서 사람들이 죽을지도 모르는 위기의 상황을 보여주는 사진이 우리의 눈길을 훨씬 강렬하게 잡아끈다. 뇌는 부정적인 자극에 우선적으로 반응할 뿐 아니라 이것이 기본 상태다. 그래서 신경과학자 릭 핸슨 박사는 “우리의 뇌는 불행에 가장 익숙한 상태”라고 말한다. 불행은 뇌가 가진 습관이다.

우리 모두는 행복하고 싶어하는데, 우리의 뇌는 불행을 찾아다니나? 2014년 5월에 릭 핸슨 박사를 직접 만날 기회가 있었다. 뇌가 가진 불행에 집중하는 습관은, 많은 노력을 기울여서 의식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그는 이야기했다. 뇌가 바로 인지하지 못하고 지나치는 ‘행복’과 관련된 신호와 경험들을 일상 속에서 찾아서 뇌 안에 저장하라는 것이다. 삶 안에서 행복한 일을 찾아서 기억하고, 감사하고, 그 기억을 특별한 기억으로 저장하는 연습을 반복하면 행복의 습관이 뇌에 뿌리내린다고 그는 강조했다. 모두가 행복해지고 싶어하지만, 쉽게 행복하지 못한 이유가 있다고 말한 이야기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좋아한다(Liking)와 원한다(Wanting)의 차이를 아나요? 우리의 뇌는 그 두 가지를 전혀 다른 모드에서 경험합니다. 어떤 좋아하는 경험이라는 건 늘 순간 속에서만 존재하지요. 아름다운 꽃의 향기를 즐기는 것, 맛있는 음식이 혀 위에서 사르르 녹는 것, 사랑하는 누군가의 눈을 들여다보며 빠져드는 것. 그런데 이 경험을 순간 속에서 즐기는 것이 아니라 박제해서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이 생기면, 우리는 그 순간 속의 아름다운 경험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이 꽃을 꺾어서 집에 가져가고 싶어, 어느 병에 꽂아 놓지? 이 사람의 눈은 나만 들여다보고 싶어, 어떻게 해야 이 사람이 평생 나만 사랑하게 만들지?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이 생기면, 아름다운 경험은 현재의 것이 아니라 가지지 못한 미래의 것, 또는 지나가 버린 과거의 것으로 되어버리지요. 그와 더불어 뇌는 비교를 하고, 값을 매기고, 가치 판단을 하기 시작하고, 압박과 스트레스를 받고, 집착하고, 그리워하고, 괴로워하게 되지요. 이게 ‘행복하다(Liking)’와 ‘행복하고 싶다(Wanting)’의 차이입니다. 그러니까 제가 말하는 ‘행복의 습관’이란 다름 아니라, 매 순간 속에서 행복함을 최대한 만끽하고 경험하고 저장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라는 이야기입니다. ‘행복해지고 싶다’가 아닌 ‘행복하다’를 느끼기 위해. 행복한 순간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지만, 매번 그런 순간을 또 찾아낼 수 있으니까요.”

△ 삶은 태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빗속에서도 춤출 수 있는 법을 배워가는 과정이다. 인용문 출처: 《뇌는 춤추고 싶다》 (2018).

삶은 태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빗속에서도 춤출 수 있는 법을 배워가는 과정이다(Life isn’t about waiting for the storm to pass, it’s about learning to dance in the rain)이라는 말을 나는 정말 좋아한다. 비가 언제 그칠지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 삶이지만, 그 어떤 순간 속에서도 우리는 모두 춤출 수 있기를.

글=장동선 뇌과학 박사

[출처] 한국일보 2021. 07. 29

/ 2021.08.02 편집 푸레택


https://youtu.be/8_OiBGRY2EA

https://youtu.be/GYMLMj-SibU

https://youtu.be/TX9UtBij_t8

https://youtu.be/YL8gH0yELbk

https://youtu.be/xYqWv68DC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