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수와 신부님
이 이야기는 오래전 어느 성당(聖堂)에서 있었던 실화라고 합니다.
성당의 본당(本堂) 출입문이 너무 오래 사용한 탓인지 갑자기 문짝이 떨어져 나갔습니다. 미사 시간이 다가왔기에 신부님은 급히 목수(木手)에게 연락하였습니다. 목수는 빠르게 도착하여 열심을 다하여 문짝을 완벽하게 고쳐 놓았습니다.
신부님은 너무 감사해서 가죽 지갑을 선물(膳物)로 주며 말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우리 성당 창립기념 미사 때 만든 것입니다. 약소하지만 감사의 뜻으로 드리니 받아주십시오.”
그러자 목수는 버럭 화를 내며 말했습니다. “아니, 사람을 뭘로 보고 이러시는 겁니까? 이까짓 지갑이나 받으려고 바쁜데도 달려와서 문짝을 고친 줄 아십니까? 이래 봬도 저는 이 분야의 최고 전문가이자 알아주는 고급 인력입니다.”
신부님은 당황하며, “그럼 어떻게 해드리면 좋을까요?” 하고 말했습니다.
목수는 “아무리 못해도 10만 원은 주셔야죠. 그래도 성당 일이라 싸게 해드린 겁니다.”
신부님은 “네, 그러세요. 그것참. 대단히 고맙습니다.” 라고 말하며 선물로 주려던 그 지갑 안에 들어있던 30만 원 중 목수가 요구한 10만 원을 꺼내 건네주었습니다.
주는 대로 받았다면 고급 지갑과 30만 원까지 받았을 텐데, 내가 누군데 시간당 얼마인데 하며 교만과 욕심과 자존심을 내세우다 돈은 돈대로 체면은 체면대로 깎이고 말았습니다. 나도 저렇게 살아오지 않았는지 잠시 되돌아 봅니다.
■ 사백 통의 편지를 보낸 총각
대만에서 실제 있었던 일이라고 합니다.
어느 처녀 총각이 있었습니다. 총각은 처녀를 많이 사랑했습니다. 하지만 이 둘은 직장 관계로 멀리 떨어져 있었기에 만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총각은 처녀에게 사랑의 편지를 보냈는데 얼마나 많이 보낸 줄 아십니까? 자그만치 2년여 동안 400통 남짓의 편지를 보냈다고 합니다.
대단한 연인 관계지요? 드디어 2년 후에 이 처녀가 결혼을 했답니다. 누구랑 결혼을 했을까요? 당연히 400통의 편지를 보낸 그 총각이라고요? '땡’입니다. 아닙니다.
그러면 이 처녀는 누구와 결혼을 했을까요? 2년 동안 무려 400번이나 편지를 배달한 우편배달부와 결혼을 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편지의 힘(사랑)보다는 만남의 힘(사랑)이 더 강하다는 의미를 시사합니다. 이런 것을 심리학에서는 ‘단순 노출효과 이론(Mere exposure Effect Theory)’ 이라고 합니다.
로버트 자이언스(Robert Zajonc) 라는 사람이 연구한 호감 이론이라는 것인데 ‘사람을 자주 보게 되면 자연스럽게 호감을 갖게 된다’는 이론입니다. 쉽게 말해서 ‘자주 보고, 자주 만나면 어느새 정이 든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자주 만나지 않고 편지만 400통 보낸 남자보다는, 한 통의 편지를 쓴 적이 없지만 400번 만난 우편배달부가 결혼에 골인한 것입니다.
우리 속담에 ‘멀리 있는 친척보다 가까이에 있는 이웃이 낫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친척도 친구도 여러가지 사정으로 오랫동안 만나지 않게 되면 서먹서먹해집니다. 안 보면 마음도 멀어지고 곧 잊혀지기 마련입니다. (Out of sight, out of mind) 코로나 팬데믹 시대라 자주 만나기 쉽지 않지만 그래도 가끔씩이라도 만나야 애정도 우정도 견고해집니다.
■ [배연국의 행복한 세상] 당신의 바닥짐
‘맨발의 전도자’ 선다 싱(Sundar Singh)이 히말라야 산길을 걷다 어떤 이와 동행을 하게 되었다. 두 사람은 도중에 눈 위에 쓰러져 있는 노인을 발견했다. “여기에 있으면 이 사람은 죽어요. 함께 업고 갑시다.” 선다 싱의 제안에 동행자는 이렇게 대꾸했다. “안타깝지만 이 사람을 데려가면 우리도 살기 힘들어요.” 동행자는 그냥 가버렸다.
선다 싱은 하는 수 없이 노인을 등에 업었다. 그는 얼마쯤 가다 죽은 사람을 발견했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먼저 떠난 동행자였다. 선다 싱은 죽을힘을 다해 눈보라 속을 걸었다. 온 힘을 다해 걷다 보니 등에선 땀이 났다. 두 사람의 체온이 더해져 매서운 추위도 견뎌낼 수 있었다. 결국 선다 싱과 노인은 무사히 살아남았고, 혼자 살겠다고 떠난 사람은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
사람을 가리키는 한자 ‘人’은 두 사람이 서로 등을 맞댄 형상이다. 나와 등을 맞댄 사람을 내치면 나도 넘어진다는 게 人의 이치이다. 그렇게 서로의 등을 기대고 살아가는 것이 바로 사람살이이다. 히말라야의 동행자는 그걸 잊고 행동하다 보니 자신의 생명마저 잃어버린 것이다.
훗날 어떤 이가 선다 싱에게 “인생에서 가장 위험할 때가 언제입니까?”라고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지고 가야 할 짐이 없을 때가 인생에서 가장 위험할 때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짐이 가벼워지기를 바라지만 그때가 위험하다는 게 선다 싱의 일침이다. 먼 바다를 떠나는 선박도 항해를 시작하기 전에 배의 밑바닥에 물을 가득 채운다. 배의 전복을 막기 위해 채우는 바닥짐(밸러스트, ballast)이다. 우리 인생 역시 마찬가지이다.
TV에서 할머니 혼자서 손자를 키우는 다큐를 본 적이 있다. 아들 내외가 이혼을 한 뒤 손자를 맡기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렸기 때문이다. 이웃 사람들은 안쓰러운 모습에 혀를 끌끌 찼다. 할머니는 주위의 시선에 개의치 않고 아침부터 식당 일을 하며 손자를 키웠다. “저 애가 없으면 내가 무슨 낙으로 살꼬?” 손자에게 할머니가 목발이었다면 할머니에게 손자는 삶을 지탱하는 바닥짐이었다.
자식이나 남편이 속을 썩일 때 혼자 훌쩍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들 것이다. 하지만 나와 등을 맞댄 그 사람 덕분에 내가 넘어지지 않을 수 있다. 나를 힘들게 하는 그 존재가 삶의 항해를 지켜주는 바닥짐이다.
[출처] 세계일보 배연국 칼럼(2021. 03. 03)
/ 2021.05.13 편집 택
https://youtu.be/11eJtczKpv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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