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산책] 풀과 나무에게 말을 걸다

[들꽃산책] 허준근린공원의 봄날 풍경 (2021.04.02)

푸레택 2021. 4. 2. 23:23

?? 봄날, 자주목련과 황홀한 만남 ??

ㅡ 더 좋은 나를 위해, 더 좋은 날을 위해

따사로운 햇살 내리쬐는 봄날 오후, 허준근린공원에서 자주목련과 황홀한 만남을 가졌다. 허준박물관 앞 벚꽃길에 자전거를 타고가는 소년의 모습이 참으로 평화롭다. 유유히 흘러가는 한강을 멍하니 바라보는 나도 강물만큼이나 한가롭다.

벌써 바람에 꽃이 진다. 벚꽃 꽃비가 내린다. 꽃이 진다. 누가 말했던가. 꽃은 피기는 힘들어도 지는 것은 잠깐이라고. ‘낙화’를 읊은 시인의 마음에 빠져든다.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할 때.

낙화 / 이형기(1933~2005)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인 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조지훈 시인의 ‘낙화’도 읽어본다.

낙화 / 조지훈(1920~1968)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 ​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는데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

아는 이 있을까
저어하노라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 허준근린공원허준박물관은 서울 지하철 9호선 가양역 1번 출구에서 5분 거리에 위치한다. 

/ 2021.04.02 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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