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명시감상] '겨울 일기-함박눈' 목필균, '우리가 눈발이라면' 안도현, '구름처럼 만나고 헤어진 많은 사람 중에' 도종환​ (2020.12.18)

푸레택 2020. 12. 18. 20:42



■ 겨울 일기-함박눈 / 목필균

아침에 눈을 뜨니
세상은 온통 은빛 속에 있습니다

깃털로 내려앉은 하얀 세상
먼 하늘 전설을 물고
하염없이 눈이 내립니다

오늘 같은 날에는
같은 기억을 간직한 사람과
따끈한 차 한 잔을 나눌 수 있다면
예쁜 추억 다 꺼내질 것 같습니다

하얀 눈 속에 돋아난 기억 위로
다시 수북히 눈 쌓이면
다시 길을 내며 나눌 이야기들

오늘 같은 날에는
가슴으로 녹아드는 눈 맞으며
보고싶은 사람을 그리워합니다

■ 우리가 눈발이라면 / 안도현

우리가 눈발이라면
허공에서 쭈빗쭈빗 흩날리는
진눈깨비는 되지 말자
세상이 바람 불고 춥고 어둡다 해도
사람이 사는 마을
가장 낮은 곳으로
따뜻한 함박눈이 되어 내리자
우리가 눈발이라면
잠 못 든 이의 창문가에서는
편지가 되고
그이의 깊고 붉은 상처 위에 돋는
새 살이 되자

■ 구름처럼 만나고 헤어진 많은 사람 중에 / 도종환​

구름처럼 만나고 헤어진 많은 사람 중에
당신을 생각합니다

바람처럼 스치고 지나간 많은 사람 중에
당신을 생각합니다

우리 비록 개울처럼 어우러져 흐르다
뿔뿔이 흩어졌어도
우리 비록 돌처럼 여기저기 버려져
말없이 살고 있어도

흙에서 나서 흙으로 돌아가는 많은 사람 중에
당신을 생각합니다

이 세상 어느 곳에도 없으나
어딘가 꼭 살아있을
당신을 생각합니다

/ 2020.12.18 편집 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