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나를 찾아 떠나는 길

[교토여행] 교토 도시샤대학 민족시인 윤동주와 정지용의 시비를 찾아서 (2017.07.10)

푸레택 2019. 3. 17. 13:02


 




● 가족과 함께 한 교토여행 (2017.07.10)

 

2017년 여름 교토 여행 중에

윤동주와 정지용 시인의 시비(詩碑)를 보기 위해

도시샤대학을 찾아갔다.

윤동주의 시비(詩碑)에는 서시(序詩)가

친필 원고 그대로 새겨져 있었다.

윤동주(尹東柱)의 《서시》와 《별 헤는 밤》을

늘 암송하고 다녔던 학창 시절 기억이 새롭다.

 

정지용(鄭芝溶) 시인의 시비에는

‘압천(鴨川)’이라는 시가 새겨져 있다.

그는 교토를 가로질러 흐르는 압천을 보며

두고온 고향을 그리워했다고 한다.

누군가가 '불멸의 청년 윤동주님과 함께' 라는

글을 써서 시비(詩碑) 앞에 놓아두었다.

그렇다. 그는 영원히 '아름다운 청년'으로

우리들 가슴 속에 남아있을 것이다.

 

● 서시(序詩) / 윤동주(尹東柱)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별 헤는 밤 / 윤동주(尹東柱)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는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잼',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 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펴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히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 향수(鄕愁) / 정지용(鄭芝溶)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배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전설(傳說)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 쉽게 씌어진 시 / 윤동주(尹東柱)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보면 어린 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적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 윤동주 순국 74년, 일본에서도 추도회 이어져

 

"스물일곱 청년 시인 윤동주는 도시샤대학에서 공부하던 중

모국어로 시를 썼다는 이유로 치안유지법으로 잡혀가

1945년 2월 16일 조국의 광복을 보지 못하고

후쿠오카의 차디찬 감옥에서 옥사했습니다.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갔을

윤동주 시인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픕니다."

 

에노 미야코 시인은

도시샤대학과 교토조형예술대학 추도회에

참가한 심정을 그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시비 앞면에 기억과 화해의 비(記憶と和解の碑) 라는

말이 새겨져있습니다.

윤동주 시를 사랑하는 것도 좋지만

일본인들이 그의 죽음의 의미를 새기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고 말했다. (2019.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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