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겨울 : 강릉에 내린 폭설(1)
그리움 안고 쏟아지는 함박눈
함박눈 펑펑 내리는 날
네가 있는 곳에도 눈이 오는지 궁금해 창문을 열어본다
너를 향한 나의 그리움도 쏟아지는 함박눈이다
/ 이해인(수녀, 시인)
강원도 강릉에 1미터가 넘는 폭설이 내렸다.
도시 전체가 눈 속에 파묻혔다.
내가 살고 있는 교동 솔올지구 아파트 단지에도
차가 눈에 묻혀 세워놓은 와이퍼만 빠끔히 보인다.
시내 신영극장과 홈플러스 사이 거리는
외길 옆 쌓아놓은 눈이 내 키를 넘는다.
동네 아이들은 눈썰매를 타고
그리움 담아 눈사람을 만든다.
나뭇가지에 살포시 내려앉은 눈꽃은
봄날 벚꽃보다 아름다운데...
36년 전 양구에서 군대 생활하던 시절,
그해 겨울에도 어김없이 눈은 쏟아졌고
우리 병사들은 부대 내에 쌓인 눈을 치우느라
고달픈 하루하루를 보냈던 기억이 아련히 떠오른다.
그래도 저 눈이 녹으면 전역을 할 수 있다는 기대 속에
새벽녘 누구보다 일찍 일어나 연병장에 쌓인 눈을,
내무반에서 사무실과 식당 가는 길을
넉가래가 닳도록 시린 손 불어가며
남몰래 치웠던 사실을 그때 그 전우들은 알고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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