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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연구의 최전선] 생물물리학자 김하진 교수의 RNA 동역학 (2022.04.06)

푸레택 2022. 4. 6. 17:54

생물물리학자 김하진 교수의 RNA 동역학 - 주간조선 (chosun.com)

 

생물물리학자 김하진 교수의 RNA 동역학

울산과학기술원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김하진 교수 방에 들어가니 바로 앞 벽에 칠판이 걸려 있다. 화이트보드에 수식이 가득하다. 칠판은 물리학자가 사랑하는 연구 도구. 그간 취재한 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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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연구의 최전선] 생물물리학자 김하진 교수의 RNA 동역학 

울산과학기술원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김하진 교수 방에 들어가니 바로 앞 벽에 칠판이 걸려 있다. 화이트보드에 수식이 가득하다. 칠판은 물리학자가 사랑하는 연구 도구. 그간 취재한 물리학자 대부분은 연구실에 칠판을 갖고 있었다. 반면 대형 칠판을 갖고 있던 생명과학자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지난 1월 18일 찾아간 김하진 교수 방의 화이트보드에 DNA 이중나선구조 그림이 없었다면 그 방은 물리학과 교수 연구실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김하진 교수는 생물물리학자다. 생물물리학자는 물리학자가 개발한 도구를 갖고 생명현상을 연구한다. 김 교수는 “나는 단일분자(single molecule)를 하나씩 들여다보는 단일분자 생물물리학을 한다”라고 말했다. 생물에서 중요하고 유명한 분자는 DNA, RNA, 단백질이다.
   
   그는 고체물리학자로 연구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서울대학교 물리학과 95학번. 국양 교수의 지도를 받아 2006년 고체물리학 박사가 되었다. 국양 교수는 지금은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총장으로 일한다. 고체물리학을 공부하며 성과가 좋았다. 박사과정에 들어간 이듬해인 2002년에는 실험실 선배를 도운 결과가 학술지 ‘네이처’에 실렸다. 그는 제2저자였다. 주 연구자가 제1저자이고, 보조 연구자는 제2저자 등 공동연구자로 논문에 이름이 올라간다. 지도교수는 교신저자다.

고체물리학자에서 생물물리학자로 변신
   
   박사 3년 차 때는 ‘PRL(피지컬 리뷰 레터스)’에 논문을 썼다. PRL은 물리학자가 논문을 가장 발표하고 싶어 하는 물리학 분야 학술지로 미국 물리학회가 발행한다. 연구는 당시 관심을 모으던 탄소 나노 튜브를 갖고 했다. 탄소 나노 튜브는 꼬인 정도에 따라 금속도 되고 반도체도 된다. 금속은 전기가 잘 통하는 반면, 반도체는 조건에 따라 전기가 통하거나 통하지 않을 수 있다. 김 교수는 성질이 다른 두 개의 반도체 탄소 나노 튜브가 연결되었을 때 그 접점에서 전자들 구조가 어떻게 되는지를 보았다. 주사 터널링 현미경(STM·Scanning Tunneling Microscope)을 갖고 물질의 전자 구조를 봤다.
   
   박사학위를 받은 후 박사후연구원으로 가서 연구할 곳을 찾았다. 고체물리학을 계속 연구하고 싶지 않아 나노물리, 생물물리학 등 새로운 분야를 생각했다. 김하진 교수는 “박사 때 주제를 오래하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다”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버클리 소재)의 스티븐 추 교수 실험실로 갔다. 2006년 말이었다. 스티븐 추는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레이저를 갖고 원자를 냉각시키는 방법을 개발한 원자물리학 연구로 노벨상(1997년)을 받았다. 그런데 실험실에 합류해서 보니, 추 교수는 원자물리학이 아닌 생물물리학 연구를 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김하진 박사는 생물물리학을 혼자 공부해야 했다. 박사과정 학생이라면 같은 실험실의 박사후연구원이나 다른 박사과정 학생에게 물어서 배울 수 있다. 하지만 박사후연구원 신분이고 당시 스티븐 추 교수의 그룹이 소규모라서 그렇게 되지 않았다. 김 교수는 “박사 때 배운 게 기술적으로 쓸모가 없어 고생했다”라고 말했다. 생물학자와 화학자 실험실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파이펫이라는 도구가 있다. 액체를 조금씩 양을 조절하며 조심스럽게 옮길 때 사용하는 도구인데, 파이펫 사용법조차 몰랐다. 이런 걸 포함해서 온라인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와 구글 검색 엔진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온라인 자료와 도구가 없었으면 생물물리학 연구자로 변신하는 게 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에너지 장관 스티븐 추 교수와의 인연
   
   몸을 담고 있던 연구실 책임자인 스티븐 추 교수가 2009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에너지 장관이 되었다. 김하진 박사에게는 타격이 아닐 수 없었다. 그간 진행하던 리보솜(‘단백질 공장’이라고 불린다) 연구를 마무리 짓고 싶었으나, 그렇게도 되지 않았다. 2년 반의 박사후연구원으로 보낸 시간이 헛일이 되었다. 논문 하나 내지 못하고 다른 실험실로 옮겨야 했다. 2009년 5월 시카고 인근 어배너섐페인에 있는 일리노이대학의 하택집 교수(현 존스홉킨스대학 교수)에게로 갔다. 하 교수는 서울대 물리학과 인연으로 따지면 김하진 교수의 학과 9년 선배다. 김하진 교수는 그곳에서 2014년까지 4년 반을 머물렀다.
   
   현재 김하진 교수가 울산과학기술원에서 하고 있는 연구는 크게 세 가지다. ‘염색질 동역학’ ‘DNA의 근본적인 성질’ ‘RNA 중합효소 동역학’인데 이 중 마지막인 ‘RNA 중합효소 동역학’에 관해 그는 먼저 설명하겠다고 했다. RNA 중합효소는 DNA를 주형으로 삼아 RNA를 만들어낸다. 이 일을 ‘전사(transcription)’라고 한다. 그는 박사후연구원 시절에 하택집 교수 실험실에서 FRET(형광 공명에너지 전달·Fluorescence Resonance Energy Transfer) 기술을 익혀, RNA 중합효소의 동역학을 들여다봤다. 김하진 교수 설명을 들어본다.
   
   “RNA 중합효소는 DNA 서열을 읽고, 가령 서열에 써 있는 글자가 A라면 U를, G라면 C를 가져다가 RNA 가닥을 만든다. DNA 서열에 A-T-G-C라는 글자가 써 있으면 RNA 서열은 U-A-C-G가 된다. DNA나 RNA의 글자 하나하나를 뉴클레오타이드라고 한다. 전사 과정에서 뉴클레오타이드 한 개 한 개가 DNA 서열대로 붙는데 이걸 나는 실시간으로 지켜본다. FRET기법으로 그걸 어떻게 관찰하는지를 들어본다.
   
   뉴클레오타이드가 서열대로 붙는 걸 직접 눈으로는 볼 수 없고, 형광 염료를 사용해 본다. 형광 염료 두 개를 쓰면 형광 염료를 달아놓은 두 물질 사이의 거리를 잴 수 있다. 거리 변화를 알아내면, DNA 이중나선이 벌어지는지, 닫혔는지를 알 수 있다. 내가 사용하는 건 초록색 염료와 빨강 염료다. 이런 식이다. 빛으로 초록색 염료를 때린다. 빛에너지가 초록색 염료 인근에 있는 빨강 염료로 전파된다. 두 염료 사이가 가까우면 에너지가 전파되며, 그러면 빨강 빛이 나온다. 두 염료 사이가 좀 떨어져 있으면 에너지가 잘 전파되지 않기에 초록색 그대로 나온다. 형광물질이 내놓는 색깔을 보면 두 물질 간 거리를 잴 수 있다. 이게 단분자(Single Molecule) FRET 기술의 원리다.”

▲ 두 물질 간 거리가 가까우면 파란색 형광물질이 빛에너지를 받아 옆에 있는 물질에 전달한다. 그러면 노란 형광빛이 나온다. 두 물질 간 거리가 멀면 에너지가 전달되지 않아 노란 형광은 나오지 않고 파란 형광만 강하게 나온다.

‘스펙트럼 자’로 RNA 중합효소를 살피다
   
   단분자 FRET 기술은 하택집 교수가 1990년대 후반 버클리대학에서 박사학위 공부를 할 때 처음 개발했다. 하 교수가 단분자 FRET 기술을 개발하기 이전에는 벌크(bulk)에서, 즉 분자를 많이 넣은 샘플에서 형광신호를 보고 분자 간 거리를 쟀다. FRET 기술은 나오는 빛의 스펙트럼 변화를 갖고 거리를 잰다고 해서 ‘스펙트럼 자(spectroscopic ruler)’라고 불리기도 한다.
   
   김하진 박사는 일리노이대학에서 ‘스펙트럼 자’를 갖고 RNA 중합효소가 ‘전사’를 개시하는 단계를 면밀히 봤다. 사람 세포가 아니라 효모(yeast)에서, 그리고 효모의 핵이 아니라 미토콘드리아를 갖고 연구했다. 효모가 사람보다는 간단한 시스템이고, 핵보다는 미토콘드리아가 간단하기에 연구하기가 좋다. 효모의 미토콘드리아에도 DNA가 들어 있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안에 있는 에너지 공장이다.
   
   연구를 위한 작업은 일반적으로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 연구자는 효모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자 서열을, 연구 목적에 맞게 새로 바꿔 디자인하고, 형광 물질을 붙이는 일도 DNA 디자인 단계에서 한다. 그가 원하는 DNA 합성은 전문 업체에 맡긴다. 연구자는 DNA 합성을 위한 디자인을 해서 건네주기만 하면 된다. 업체로부터 DNA 합성한 걸 받으면 그걸 박테리아 유전자에 넣는다. 박테리아는 그게 자신의 것인지, 아니면 효모에서 들어온 유전자 서열인지 모르고 그걸 바탕으로 단백질을 마구 만들어낸다. 이렇게 만든 걸 재조합 단백질이라고 한다.
   
   김 교수는 “재조합 단백질을 만드는 작업은 공동연구자인 미국 뉴저지주 럿거스대학의 스미타 파텔 교수가 맡아서 한다”면서 “우리 그룹이 직접 만드는 건 실험을 위한 현미경과 슬라이드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DNA를 슬라이드바닥에 죽 깔아놓고 그걸 고정시킬 수 있게 화학물질을 처리한다. 즉 코팅해 놓는다. 그러니까 실험은 생체 내에서 하는 게 아니다. 생체 내 조건과 비슷하게 용액의 수소농도(pH)와 염(salt) 조건을 맞추고, RNA 생산을 위한 뉴클레오타이드 재료를 넣어주면 된다. 그러면 세포 안에서처럼 슬라이드 위에 있는 DNA 이중나선에 단백질들(RNA 중합효소, 전사인자)이 가서 붙는다. DNA를 주형으로 삼아 RNA를 만들어내는 작업이 시작된다.
   
‘개시’ 단계에서 ‘신장’ 단계로 연구 옮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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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하진 교수의 박사후연구원 시절 연구는 2012년 학술지 ‘핵산 연구(Nucleic Acids Research)’에 보고한 게 있다. 논문 제목은 ‘미토콘드리아의 전사 개시 전 복합체에서의 열고 닫힘 동역학’. 단백질들이 DNA의 ‘프로모터’라는 문자 서열에 결합하고 DNA 이중나선이 풀리면, RNA 중합효소가 벌어진 두 개의 DNA 가닥 사이로 들어가 그중 한쪽 가닥의 염기서열을 읽기 시작한다. 김 교수는 “생물학 교과서를 보면 전사 과정이 ‘개시(initiation)’ ‘신장(elongation)’ ‘종료(termination)’라는 단계별로 화살표 방향으로 계속해서 진행하는 걸로 나와 있다. 내가 재보니 꼭 그런 게 아니었다. 반응이 시작됐다가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오는 것이 있었다. 그래서 반응 ‘개시’ 단계에서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걸 실험으로 보였다”라고 말했다.
   
   전사 효율로 따지면, 이중나선이 열리고 중합효소가 한 걸음에 DNA 서열을 죽 읽어나가는 것이 좋다. 그런데 중합효소는 왔다 갔다 했다. 이중나선 자체도 열렸다 닫혔다 했다. 김하진 교수는 “실험실에서 우리가 공급해주는 ATP 농도에 따라 열리고 닫힘이 또 달라졌다. 농도가 올라가면 전사 효율이 올라갔다. 세포가 전사의 효율을 DNA 중합효소의 동역학을 갖고 조절하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김하진 교수는 2014년 울산과학기술원 교수가 되었다. 그리고 RNA 동역학 분야 연구 관련해서는 2020년에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와 ‘핵산 연구’에 각각 논문을 냈다.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논문 제목은 ‘효모 미토콘드리아의 전사 개시 때 역학적 경관’이다. 박사후연구원 때는 뉴클레오타이드(A, T, G, C) 한 개, 두 개를 공급해 주면서 전사 초기 단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봤다. 그 이상을 볼 시스템이 개발되지 않아서 당시는 더 보는 게 힘들었다. 그런데 울산과기원에서는 DNA 디자인을 바꾸고 염기를 더 길게 만들어 뒤에서 일어나는 일을 더 봤다. 박사후연구원 때 실험을 염기쌍 20개로 했다면, 교수가 된 뒤에는 염기쌍 40개를 갖고 했다. 그리고 박사후연구원 때는 전사 ‘개시’ 단계를 봤다면 ‘개시’ 단계에서 그다음 ‘신장’ 단계로 어떻게 넘어가는가를 보는 게 김 교수가 가진 과학적인 질문이 되었다. 김 교수에 따르면 RNA 중합효소가 전사하는 DNA 염기서열의 염기 숫자가 7개를 넘어가면 ‘개시’에서 ‘신장’으로 넘어간다. RNA 중합효소가 읽어들이고 만들어야 할 전체 DNA 가닥은 염기서열 수천 개 길이다. 처음 전사를 시작하는데 걸리는 ‘개시’ 단계는 짧고 그 단계를 넘어가면 전사가 계속 진행된다.
   
   계속 설명을 해달라고 김 교수에게 주문했다. 그가 “너무 자세하게 들어가는 것 같다. 이미 이쯤에서 일반 독자의 관심이 확 떨어질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에도 불구하고 조금 더 설명해달라고 주문했다. 김하진 교수 설명을 옮겨본다.
   
   “디자인을 개선하니 이제 ‘개시’ 단계를 넘어 읽어들이는 염기 수가 늘어났다. 염기 수가 7이 되었고 7에서 8로 넘어갈 때 DNA 나선구조가 확 바뀌는 걸 보았다. 나선구조 내 두 염기에 형광 염료를 달아놓고 보니, 두 염기 간의 거리 변화에 따라 다른 색이 나왔다.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나오는 형광빛이 달라지면 두 염기의 거리가 변했다는 것이다. 거리가 달라졌다는 건 DNA 이중나선이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있는데, 이게 확 풀려 나선구조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김 교수가 컴퓨터 화면 속 논문에 나오는 그래픽 이미지를 보여주며) ‘개시’ 단계가 진행되는 동안 각도가 점점 더 꺾인다. 그러다가 ‘신장’으로 넘어가는 순간 다시 펴지며 각도가 다시 원래에 가깝게 돌아간다. RNA 중합효소가 읽어들인 전체 염기의 숫자가 8이 되면 ‘신장’ 단계로 간다.”

요즘은 사람의 미토콘드리아로 연구
   
   김하진 교수는 이 연구 결과를 발표한 이후에는 사람의 미토콘드리아를 갖고 연구하고 있다. 그는 “해보니 또 많이 달랐다. 요즘 한창 고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두 개의 단백질로 구성된 효모 미토콘드리아의 전사 시스템에 비해 사람 미토콘드리아의 전사 시스템은 세 개의 단백질로 되어 있다. 단분자 실험에서는 단백질 하나가 더해질 때마다 실험과 데이터 해석이 복잡해지고 어려워진다. 김 교수가 다시 내게 ‘경고’의 말을 날렸다. “너무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독자 대부분은 흥미를 잃을 것”이라고 했다. 그 말에 “네 그렇기는 하다”라면서도 연구를 계속 소개해달라고 주문했다.
   
   김하진 교수가 자신의 두 번째 연구인 ‘염색질 동역학’ 연구를 소개하겠다고 했다. 2년 전 ‘게놈 연구(Genome Research)’에 논문을 보고했다. 김 교수는 “울산에 와서 한 연구이고, 단분자가 아니라, 세포 수준에서의 연구”라고 말했다. 이 연구는 세포핵 안에 있는 염색질의 움직임이 어떻게 되는지를 살펴본 것이다. 염색질의 움직임은 ‘확산(diffusion)’인데 ‘순수 확산’인지, ‘속박된 확산(confined diffusion)’인지, ‘능동 확산’인지를 그는 알아보았다. 그 결과 염색질 움직임은 시간 스케일에 따라 ‘속박된 확산’과 ‘능동 확산’을 모두 보이며, 염색질을 이동시키는 능동적인 메커니즘이 있다는 것을 실험으로 보였다.
   
   김하진 교수는 말이 좀 빨랐다. 또 생소한 분야여서 이해가 쉽지 않았다. 때문에 반복해서 물어봐야 했다. 그러다 보니 그의 연구 분야 세 개 중 하나인 ‘DNA의 근본적인 성질’ 얘기는 들어볼 시간을 갖지 못했다. 김 교수에게 연구를 하면서 ‘유레카’의 순간은 어떤 게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좀 생각하더니, 2014년 학술지 ‘네이처’에 낸 논문이 있다고 했다. 네이처는 최상위 과학학술지다. 사람들은 보통 네이처나 사이언스에 논문을 발표한 걸 자랑한다. 그런데 김하진 교수는 인터뷰가 끝나갈 때서야 그 얘기를 꺼냈다. 리보솜의 조립에 대한 연구라고 했다. 연구가 무엇인지 설명을 들었으나, 그걸 전할 지면이 없다. 연구 이야기만 길게 들었기에 글을 어떻게 써야 하나 고민도 했다. 정작 타자를 치기 시작하니, 글이 끝도 없이 길어졌다. 물리학자는 기초의 기초를 하는 사람이라는 걸 다시 확인한 취재였다.

최준석 선임기자ㅣ주간조선 2022.02.25

/ 2022.04.06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