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 생태 과학 칼럼 모음

[김도훈의 나무 사랑 꽃 이야기] (100) 나무의 한해살이 (2022.03.24)

푸레택 2022. 3. 24. 07:43

김도훈의 나무 사랑 꽃 이야기(100) 나무의 한해살이 > News Insight | (사)국가미래연구원 (ifs.or.kr)

 

김도훈의 나무 사랑 꽃 이야기(100) 나무의 한해살이 > News Insight | (사)국가미래연구원

여러분들은 상록수와 낙엽수 중에서 어느 쪽을 더 좋아하시는지요? 여러 가지 이유로 선호가 갈리겠지만 아마도 상록수를 택하는 분들이 더 많을 것 같습니다. 소나무, 전나무, 잣나무 등의 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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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의 나무 사랑 꽃 이야기] (100) 나무의 한해살이


여러분들은 상록수와 낙엽수 중에서 어느 쪽을 더 좋아하시는지요? 여러 가지 이유로 선호가 갈리겠지만 아마도 상록수를 택하는 분들이 더 많을 것 같습니다. 소나무, 전나무, 잣나무 등의 침엽 상록수들은 추위를 이겨내며 늘 푸른 잎을 간직하고 있는 그 꿋꿋함이 매력으로 작용하여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랜 옛날부터 침엽수를 칭송하는 시와 노래들이 만들어져 왔습니다. 오죽하면 오래 사는 상징으로 불리는 4군자 속에 소나무가 들어가고 우리나라 애국가의 2절 첫 소절에서도 ‘남산 위의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하고 노래하고 있을까 싶습니다. 우리가 즐겨 부르는 ‘소나무야 소나무야 언제나 푸른 네 잎’이라는 독일 민요는 실은 독일어로는 tannnenbaum 즉, 전나무를 노래하는 곡이라고 하는데 전나무는 더 곧게 자라고 푸른 잎을 자랑하지요. 그림 속에서도 흔히 이런 침엽수들의 모습이 들어가곤 하는 것을 보면 상록수를 향한 사람들의 사랑의 깊이를 잘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나무들 스스로의 입장에서 보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필자는 이들 상록수들의 삶이 다소 단조롭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특히 지금과 같이 ‘만물이 생생 약동하기 시작하는 계절’을 맞았을 때 특히 그런 느낌이 듭니다. 온갖 나무들과 풀들이 새 눈과 새싹을 내밀고 꽃봉오리도 맺기 시작하였고, 그중에서 빠른 나무와 풀들은 이미 개화를 시작했습니다. 겨우내 움츠리고 있던 생명들이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이런 변화의 계절에는 항상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상록수들은 이런 생명의 기운이 넘치는 계절을 다소 지루한 기분으로 넘길 것 같이 보입니다. 물론 상록수들도 이 계절에 꽃을 피우고, 새 잎을 내밀기도 하지만 그런 변화의 모습이 어쩐지 잘 드러나지 않아서 덜 역동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반면에 낙엽수들과 풀들은 가을이 되면 잎과 열매들을 떨구어 버리고 생명의 기운을 모두 작은 눈 속이나 땅 밑의 씨앗과 뿌리 속에 감추고 있다가 이렇게 새로운 봄을 맞이하면 마치 새 생명을 시작하듯이 모든 것을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시작하기 때문에 참으로 그 삶이 극적으로 느껴지는 편입니다. 특히 낙엽을 떨구는 나무들은 그 생명이 몇 백년이나 지속되면서도, 그렇게 오랫 동안 성장하고 쇠퇴하는 삶을 이끌어오면서 그 속에서 또다시 새로운 삶의 주기를 반복하고 있으니 불교적 시각으로 보면 몇 백번을 환생하면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셈입니다. 봄이 되면 이렇게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새 눈을 내밀고 나서 잎과 꽃을 피우고 여름을 넘기면서 열매를 맺게 되고, 그리고 결국 그 열매와 잎조차도 가을이 되면 떨어뜨리고 마치 삶을 마감하는 듯한 쓸쓸한 느낌을 주기도 하는 낙엽수들의 ‘한해살이’는 참으로 역동적이라고 느껴집니다.

 

지난 호 글에서 소개했듯이 민감한 시인들은 이렇게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지금을 즐겨 노래하기도 하고, 잎과 열매를 떨구어 버리는 늦가을에는 그 쓸쓸한 분위기를 노래하는 데도 열심인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이들 낙엽수들과 풀꽃들이야말로 우리 심성을 더 강하게 건드려주면서 다른 한편으로 달래주기도 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겨우내 움츠렸던 기운을 펼칠 수 있게 하고 여름을 지나며 들떠 있던 분위기를 차분하게 가라앉혀 주는 그런 역할을 말입니다.

 

나무와 꽃을 좋아하는 필자도 당연히 이들이 이렇게 극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에 더 깊은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주로 새벽 시간에 등산이나 산책을 일년 내내 지속하면서 자주 들르게 되는 곳에서 만나는 나무들 중에서 그 변화하는 모습을 줄곧 사진에 담아 왔습니다. 그래서 재작년 작년 두 해 동안 특히 많이 들렀던 남한산성의 성곽 밖의 외성에 외로이 서 있어서 눈길을 주지 않을 수 없었던 한 졸참나무의 한해살이 모습을 따라가 보고자 합니다. 참나무들은 4월이 되어야 눈을 열고 잎과 꽃을 내밀기 때문에 이 졸참나무의 변화를 느끼려면 아직 조금 더 기다려야 하지만 무려 2년 동안 새벽 등산, 새벽 산책을 이어 왔던 필자의 사진 데이터에는 이 나무가 줄곧 등장하고 있었으니 소개하기에 충분한 것 같습니다.

 

우선 지난 겨울 동안 이 나무 주변을 산책하면서 이 나무를 주인공으로 삼아 찍었던 여명과 일출 사진 두 장을 담습니다. 이 사진들을 SNS에 올렸을 때 좋은 반응을 보여 준 분들이 많았습니다.

​2021년 12월 18일 졸참나무 가지 사이로 바라보는 바라보는 일출

 

2021년 12월 31일 졸참나무 너머로 펼쳐진 여명

 

제법 눈이 많이 왔던 작년 1월에는 눈 속에 서 있는 이 나무의 모습을 담기도 했습니다. 

 

2021년 1월 11일 눈 속의 졸참나무

 

이 나무가 새 눈을 내미는 모습은 지난 2년 동안 열심히 남한산성을 다니면서도 놓쳐 버렸던 것 같아서 재작년 4월 초 분당 중앙공원에서 찍은 사진 하나를 올립니다.

 

2020년 4월 7일 중앙공원 졸참나무 새 눈 내민 모습

 

그래도 4월 말 가까이 되어서 이 졸참나무가 달고 있는 잎과 늘어진 수꽃 모습은 사진에 담았습니다. 졸참나무를 비롯한 참나무들은 당연히 바람에 꽃가루를 날려서 수정하므로 그 꽃모습은 곤충을 유혹하기 좋은 예쁜 모습은 보이지 않지요.

 

2021년 4월 25일 졸참나무 잎과 수꽃이 달린 모습

 

5월이 되면 이 졸참나무는 조금 더 짙은 녹색으로 색깔을 바꾼 잎들로 나무 전체를 덮으면서 기품 있는 나무의 모습을 보이게 됩니다. 

 

 
2021년 5월 4일의 졸참나무 모습

 

9월에는 드디어 이 나무도 열매를 맺습니다. 비교적 크기는 작지만 특유의 길쭉한 도토리를 달게 되지요. 

 

 
2021년 9월 11일 도토리를 맺은 졸참나무 모습

 

늦가을로 접어드는 11월이 되면 졸참나무도 잎을 떨굴 준비를 합니다. 비록 단풍나무만큼은 인상적이지 않지만 잎 색깔을 붉은 기운을 띤 갈색으로 바꾸게 되지요. 아쉽게도 멋지게 물든 가을 단풍 모습도 놓쳐 버렸습니다. 그래서 남한산성의 다른 졸참나무와 부산시민공원에서 만난 더 나이 든 졸참나무의 멋진 가을 모습을 담습니다. 

 

2021년 11월 1일 남한산성 성곽길 왼쪽 옆 졸참나무의 단풍 든 모습

 

 
2021년 12월 1일 부산시민공원 졸참나무의 단풍 든 모습

 

이번 글로 ‘김도훈의 나무사랑 꽃이야기’ 글이 100회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필자의 나무와 꽃에 대한 좌충우돌 글들을 읽어주시고 좋은 반응 보여주신 독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100회를 목표로 열심히 달려온 만큼 필자도 잠시 휴식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조금 더 충전이 되었을 때 독자 여러분들을 다시 만나뵙기를 기대하겠습니다. 

글=서강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전 산업연구원장ㅣifsPOST 2022.03.18

/ 2022.03.24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