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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로 읽는 세상이야기] 사람 - 김준태 (2022.03.07)

푸레택 2022. 3. 7. 18:49

e대한경제 (dnews.co.kr)

 

[詩로 읽는 세상이야기] 사람 - 김준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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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어가 아버지 공자에게 묻는다. 왜 시를 써야 하느냐고. 그때 공자 왈, 시를 쓰지 않으면 벽을 마주보고 있는 것과 같다고 대답한다.

 벽은 집의 둘레나 방을 든든하게 둘러 울타리 역할도 하지만 공자가 말하는 벽은 앞을 가로막는 답답한 존재이다. 시를 쓰지 않으면 벽창호라는 말이다. 그런데 시를 쓰지 않고 사는 일이 더 재미있고 신나고 시원하며 부담도 없다. 시 쓰라고 하면 그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어 오히려 벽을 마주하고 있는 것 같이 답답할 수 있다. 그 답답한 벽을 허물어버리고 자기 생각과 느낌을 술술 풀어내어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시가 나온다면 그때는 활짝 열린 문이 된다.

 문과 벽, 벽과 문의 차이는 사실 가깝기만 하다. 벽이 있어야 문도 있다. 문이 있어야 벽도 숨을 쉬게 된다.

 꼭 시뿐이랴. 사람과 사람 사이, 사람과 이념 사이, 이념과 현실 사이, 현실과 상상 사이, 상상과 그 무엇과의 사이에서 수많은 벽을 쌓고 허물며, 수많은 문을 만들고 또 닫으며 살아가는 것이 사람임을.

 그 사람들 사이에서는 벽을 쌓는 것보다 문을 열고 서로 교통하는 일이 찬란한 아름다움이다.

 배준석(시인ㆍ문학이후 주간) / 2022.03.07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