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로 읽는 세상이야기] 낙엽 - 이생진 (2022.03.07)
[詩로 읽는 세상이야기] 낙엽 - 이생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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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동 지났어도 바람처럼 지나가는 세월이 아쉬워서인가, 아직도 만추라는 말로 가을의 뒷모습을 붙잡고 있다. 거리마다 낙엽이 지고 바람에 흩날리고… 그 분위기에 젖어 길을 걷다보면 생각도 깊어지고 인생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된다. 깃 세운 외투에 고개 숙이고 주머니에 손 깊이 찌른 채 걷기만 해도 모두 시인 같다.
그래서 만추에 낙엽을 노래하지 않은 시인이 없다. 낙엽을 나무의 눈물이라고 한 시인도 있고 필자는 은행나무 잎과 열매 떨어진 것을 보고 노란 똥이라고도 썼다. 열매에서 나는 냄새는 결정적인 비유가 되어 주었다.
김광균 시인은 ‘추일서정’에서 낙엽을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라고 했다. 당시로서는 낯설고 신선한 표현이었을 것이다. 또 어느 시인은 낙엽을 슬픈 음악으로, 가을의 마지막 선물로 표현하기도 했다.
이근배 시인은 낙엽은 지는데 생각은 싹을 틔운다고 했다. 단순히 낙엽 지는 것을 아쉬워 할 것이 아니라 생각의 싹을 틔울 수 있다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힘이 된다.
이 만추에 낙엽이 울고 싶어 하고, 기억하고 있다고 사람처럼 이야기하는 시를 읽는다. 낙엽을 편지로 보며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기도 한다. 꽃이 예쁘면 아직 젊은 것이고 단풍이 아름답게 보이면 나이가 든 것이라는데 이생진 시인은 낙엽을 사랑하면 기억을 새롭게 갖고 싶은 사람이라고 한다. 만추에 세월의 때가 오히려 그윽한 빛을 뿌리고 있는 느낌이다.
배준석(시인ㆍ문학이후 주간)
/ 2022.03.07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