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詩로 읽는 세상이야기] 통화 - 이성복 (2022.03.06)

푸레택 2022. 3. 6. 08:23

e대한경제 (dnews.co.kr)

 

[詩로 읽는 세상이야기] 통화 - 이성복

 

www.dnews.co.kr

사랑부터 시작해서 그리움, 외로움, 추억, 청춘, 방황, 영혼까지 이성복 시에서 놀랍도록 많은 추상적 구절을 만난다. 다시 읽어보니 시 구절이 아니라 전화기에 녹음된 말이다. 흔한 사랑이야기를 실감나게 녹음된 말로 대신 풀어내고 있다. 아무리 반복해 들어봐야 늘 그 자리, 헤어진 사랑도 그렇다. 지금 뜨겁게 사랑하고 있는 사람도 이 구절들은 그대로 적용된다. 사랑 뒤에 남는 것은 결국 허무한 결번과 부재뿐이기에.

 사랑 시는 사람 마음을 흔들어댄다. 사랑은 사람을 따라다니는 영원한 그림자이기 때문이다. 시인들은 그래서 간혹 사랑 시를 써놓고 모르는 척 돌아앉기도 한다. 나머지는 철저하게 사랑의 울타리에 갇힌 사람들 몫이라는 듯이.

 결번인 사랑은 오래전 헤어진 사랑이다. 그리워해야 소용없고 외로움만 남아있을 뿐이다. 그러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추억만 여기저기 남아 방황하고 있는 것을. 잊어버리고 남은 영혼의 전화번호는 잊어버려야 마땅하지만 남은 사연들은 채 피할 새도 없이 마구 쳐들어오는 것을 또 어쩌랴.

사랑은 시나 몇 편 남기면 다행이다. 그래서 이별 후에 남는 모든 추상적 언어들은 시가 된다. 뒤늦게 메마른 귓가로 들려오는 쓸쓸한 시 한편이라니.

 

배준석(시인ㆍ문학이후 주간)

/ 2022.03.06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