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로 읽는 세상이야기] 스와니 강 - 김종삼 (2022.03.06)
[詩로 읽는 세상이야기] 스와니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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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하다고 해야 하나, 초라하다고 해야 하나. 순수하다고 해야 하나, 슬프다고 해야 하나.
맑은 동심이라고 해야 하나, 그리운 시절이라고 해야 하나. 가난이라고 해야 하나, 춥다고 해야 하나. 그림이라고 해야 하나, 노래라고 해야 하나.
김종삼, 하면 뒤따라오는 느낌이 확실하지 않다. 확실한 것은 시가 아니기 때문일까. 안개 낀 강가를 거니는 것도 같고 먼 과거로 들어가 유성기에서 흐르는 노래를 듣고 있다는 착각도 든다.
아직도 죽음 곁을 서성인다고 해야 하나, 이 세상으로 가끔씩 짧은 한마디 던지고 있다고 해야 하나. 모차르트를 만났다고 해야 하나, 플루트 소리를 꿈결로 들었다고 해야 하나. 그가 보낸 편지는 내용이 없어 벌써 버렸다고 해야 하나, 내용을 몰라 아직도 붙잡고 있다고 해야 하나.
김종삼이 툭툭 던진 언어들은 허공에 박히기도 하고 뚝, 떨어져 굴러다니기도 하고 그러다 시집 한쪽에 자리 잡고 있는 듯하다. 심심하게 서성이다 전봇대 하나, 쇼 윈도 안이나 기웃거리고 있는 모양새다.
어느새 세자르 프랑코를 만나고 왔다고 해야 하나, 밀레의 고장 바르비종을 다녀왔다고 해야 하나. 지금도 정미소 피대 돌아가는 소리와 교회 종소리를 그리고 있더라고 해야 하나.
김종삼 시인 하면 ‘그리운 안니로리’와 ‘스와니 강’이다. 가 보지 못해 더 그리운, 풍금 소리로 흘러 들어와 사춘기적 가슴을 촉촉이 적셔주던 스와니 강. 가난했던 스티븐 포스터의 사연까지. 아내와 헤어지고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스티븐. 할 말 다 못하고 눈물 몇 방울로 새긴 시. 아직도 스와니 강 노래가 들린다고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김종삼 시인이 지금도 그곳에 머물고 있다고 해야 하나, 벌써 떠났다고 해야 하나.
배준석(시인)
/ 2022.03.06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