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로 읽는 세상이야기 ] 봄날과 시 - 나해철 (2022.03.06)
[詩로 읽는 세상이야기 ] 봄날과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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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소는 자유와 자연주의를 끊임없이 주창했다. 자연 그대로를 강조하여 ‘교육을 하지 않는 것이 교육을 가장 잘 하는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교육열 뜨거운 우리나라 사람들이 들으면 놀라 까무러칠 말이다. 아이가 넘어져 피를 흘려도 가만 두라고 한다.
자연스러운 일이 가장 아름답다고 강조한 것에 대해 지금도 우리는 크게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자연을 파괴하고 인위적이고 인공적인 현대 사회를 만든 것이 꼭 잘 된 일이라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편리는 하겠지만 한쪽으로 자연 환경이 심각할 정도로 피폐해지고 역으로 자연의 공격을 감내해야 하는 요즘 상황을 보면 루소가 한 말들은 더 큰 설득력을 얻게 된다.
민주주의가 자리 잡고 자유를 마음껏 누리며 살아 행복한 것 같지만 정작 우리 사회는 더 복잡하고 스트레스가 넘쳐나고 있다. 문명의 폐해는 위선과 불평등, 도덕적 퇴폐와 무질서를 마구 양산하고 있다. 의외로 “노예가 되어 있으면서도 자기가 주인인 줄 아는 사람도 있다”는 루소의 이 말은 처음 듣는 순간에는 고개를 갸웃하다가 결국 끄떡이게 되고 만다.
자유와 자연주의는 당연하고 보편적인 이야기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제대로 누리며 사는가라는 문제와 부딪쳤을 때 문명화된 현대인들은 자신 있게 대답하기 어렵다. 자연스럽게 사는 일이 쉬우면서도 어렵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닫는 부분이다.
이러한 루소 말에 공감하며 따지고 보면 봄날에는 시 쓸 필요가 없다. 꽃들이 자연 상태에서 스스로 피고 지는데 시인이 아무리 멋있게 표현한들 자연 그 자체를 따라갈 수 있을까, 부질없는 일이다. 화가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꽃을 잘 그린들 자연만 하겠는가. 꽃향기는 또 어떻게 그려 넣을 것인가. 흉내나 내다가 말 일이라면 자연 앞에서 그것도 봄 앞에서 잠시 시인은 필을 던져 버리고 화가는 붓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리고 진지해져야 한다.
목련 개나리 진달래 라일락이 피어나는 봄날에는 꽃 앞에서 요란 떨지 말고 소박해질 것, 자연 앞에서 경거망동하지 말고 순수해질 것, 그렇게 잃어버린 봄을, 자연을 되찾아 놓는 것이 진정 자연과 자유를 사랑하는 것임을.
배준석 시인
/ 2022.03.06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