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재의 보통과학자] 우리 모두가 간직한 유전자 이름의 추억들 (2022.03.04)
[김우재의 보통과학자] 우리 모두가 간직한 유전자 이름의 추억들 (daum.net)
[김우재의 보통과학자] 우리 모두가 간직한 유전자 이름의 추억들
“과학자들도 연구 주제를 선택하고 자신이 연구한 바를 쓰고 말할 때, 예를 들어 신종을 발견한 분류학자라면 학명을 지을 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낼 수 있다. 사랑이 인간의 모든 감정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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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허드 캐나다 뉴브런즈윅대 생물학과 교수. 아마존 제공
[김우재의 보통과학자] 우리 모두가 간직한 유전자 이름의 추억들
“과학자들도 연구 주제를 선택하고 자신이 연구한 바를 쓰고 말할 때, 예를 들어 신종을 발견한 분류학자라면 학명을 지을 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낼 수 있다. 사랑이 인간의 모든 감정 중에서 가장 위대한 것이라면, 그것이 시인과 화가와 음악가만의 전유물이 아님에 안심이 된다.” - 스티븐 허드 《생물의 이름에는 이야기가 있다》중에서
2020년 통계청이 발행한 통계연감에 따르면, 한국에서 연구개발직에 종사하는 인구는 71만8759명에 이른다. 이들은 과학기술분야 연구개발에 종사하는 과학기술분야 전공자를 총망라한다. 그 중 이학 분야가 8만6248명, 의약보건학 분야가 3만1848명, 농업과학이 1만1051명으로 유전자를 다루는 의생명과학분야로 묶을 수 있는 연구개발자의 숫자는 약 12만9147명에 이른다. 현대생물학에서 유전자는 생명을 이해하는 기본단위다.
연구개발 과정에서 유전자를 다루어본 13만명의 연구자들에게, 유전자에 얽힌 추억이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그런 이야기들은 과학을 연구하는 과학학자들에게 분석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과학사학자들도, 과학사회학자들도 연구자 대부분이 공유하는 이런 문화적 유산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들 속에도 과학의 가치가 숨어 있을지 모른다.
○ 김남철의 유전자들
김남철 미네소타대 약대 교수. 미네소타대 제공
김남철 교수는 미국 대학의 약학대학에서 초파리와 인간세포를 모델로 질병을 연구하는 생물학자다. 초파리 유전학 분야에서 훈련을 받은 만큼, 그에겐 유전자의 이름에 얽힌 많은 추억이 있다. 그의 이름은 약자로 NCK(Nam Chul Kim)가 되는데, 그가 석사과정에서 처음 주제로 삼은 유전자의 이름이 NCK였다고 한다. 물론 그 이름을 지은 사람이 김남철 박사는 아니다. 김남철 교수는 어느날 실험실 선배로부터 p85SPR이라는 이름이 붙은 단백질을 연구주제로 건내받는다. 이 단백질의 이름은 그의 지도교수가 지었는데, 기능을 모르는 상태에서 미국립생물정보센터(NCBI)에 유전자 정보를 보고하기 위해 단백질의 무게인 85kDa(킬로달톤)과 그 단백질에서 자주 보이는 아미노산인 세린(S), 프롤린(P), 아르기닌(R)의 앞글자를 따서 p85SPR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분자생물학에서 자주 보이는 이런 무미건조한 명명법은 돌연변이로 유전자 이름을 짓는 초파리 유전학과는 매우 다른 전통이다.
하지만 이 유전자의 이름은 이제 더이상 p85SPR이 아니다. 김남철 박사가 석사과정 중에 이 단백질과 결합하는 다른 단백질들을 찾았는데, PAK(p21-activated kinases)라고 불리는 인산화효소계열의 단백질들이 줄줄이 발견되어 나왔고, 단백질의 기능은 찾지 못한채 석사과정은 마무리되었다고 한다. 문제는 논문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졸업을 한 후에, 외국의 한 그룹이 PAK 연구를 하다가 거꾸로 p85SPR을 찾은 연구를 좋은 학술지에 발표해버린 것이다. 해당 그룹은 이 단백질의 기능까지 알아냈고, 그 이름을 PIX(PAK-interacting exchange factor)로 개명해버렸다. 명명법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던 시기였기에, 이후 이 유전자의 이름은 p85SPR이 아니라, PIX로 불리기 시작한다. 물론 어떤 유전자의 이름을 자기 마음대로 바꾸는 행위에는, 김남철 교수의 추측처럼 과학자들 간의 선취권 경쟁과 영역 다툼이라는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다. 이제 PIX라는 이름조차 사라지고 ARHGEF7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불린다고 하니, 유전자의 이름에는 참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는 셈이다.
김남철 박사는 석사과정 이후 도미해서 미국에서 박사과정에 입학했고, 여기서 초파리를 만나게 된다. 그의 지도교수는 신경근육접합의 발생을 연구하면서 ‘wit(wishful thinking·희망찬 생각)’라는 유전자의 기능을 발견한 과학자였다고 한다. 그런데 그가 유전자의 이름을 ‘희망적 사고’라고 지은 이유가 슬프다. 그는 wit라는 돌연변이를 발견하고, 이 돌연변이가 신경발달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3년간 별다른 표현형을 찾지 못해 실망스러운 마음에 유전자를 ‘희망찬 생각’이라고 지어주었다는 것이다. 영어의 'wishful thinking'은 이루어지기 힘든 소망을 의미하는데, 학위를 졸업하고 싶었던 그 지도교수의 희망이 유전자 이름에 각인된 셈이다. 그는 훗날 이 유전자로 좋은 논문을 출판하고 교수가 되었지만, 향후 뚜렷한 실적을 내지 못하고 실험실 문을 닫았다고 한다.
김남철 교수는 어쨌든 이 유전자와 상호작용하는 유전자를 찾는데 몰두했고, 초파리의 뇌를 해부하고 모아서 DNA마이크로어레이(DNA microarray) 등을 통해 여러 후보군 중에서 단 하나의 유전자를 찾았고, 이 유전자의 기능을 연구해서 박사학위를 마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유전자에는 이름이 없었고, 컴퓨터가 만든 CG9335라는 이름만 붙어 있는 상태였다고 한다. 그의 지도교수는 이름을 지을 권한이 김남철 교수에게 있다고 말했고, 김남철 교수는 이 유전자의 이름을 wit 유전자의 표적이라는 의미에서 ‘target of wit, 줄여서 twit’이라고 지었다고 한다. 하지만 김남철 교수가 원래 지으려고 했던 이 유전자의 이름은 'OHMG'였다고 한다. OHMG가 무슨 의미인지는 글의 말미에 밝히기로 한다. 참고로 김남철 교수의 지도교수처럼 학위과정의 괴로움이 담긴 의미라는 힌트를 남긴다. 사실 더 신기한 건, 김남철 교수가 유전자에 트윗(twit)이라는 이름을 지어준 시기에 트위터(twitter)라는 소셜미디어가 미국에서 대박을 쳤다는 것이다. 게다가 영어로 twit은 ‘남을 비웃다’는 의미 외에도 ‘바보’, ‘멍청이’라는 의미도 가진 단어라는 사실을, 김남철 교수는 논문을 발표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고 한다. 다행히 twit에는 ‘실의 가는 부분’이라던가 ‘신경의 흥분, 안달복달하는 모양’이라는 뜻도 있으니, 김남철 교수가 영어를 몰라서 그런 이름을 지은건 아니라고 변명할 여지는 남겨져 있다.
김남철 교수의 유전자 twit은 트위터를 염두에 두고 지은 이름은 아니지만, 유전자 이름에 얽힌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 조인수의 유전자들
조인수 박사는 스스로를 보통과학자라고 말한다. 그는 9년 정도 국내에서 학위를 마치고 박사후연수를 했고, 이후 제약회사의 임상의학부로 옮겨 산업계에서 일하는 과학자로 살고 있다. 비록 기초과학자로 시작했지만, 글로벌 제약사에서 임상시험을 총괄하고 신약이 개발되는 과정을 비즈니스와 의학적, 과학적 관점에서 통찰하고 있는 그는, 스스로의 경험을 'Ph.D의 리얼의학부'라는 글로 발표하는 등, 사회의 공익에 기여하는 훌륭한 과학자다. 이제 치열한 신약개발 비즈니스의 현장에서 일하는 그에게, 학위과정에서 연구했던 유전자의 이름은 추억으로 남았다. 그 유전자의 이름은 ‘뉴로D’다. 조인수 박사의 이메일과 아이디 대부분은 ‘뉴로’라는 단어로 시작한다. 지금은 신경생물학을 떠났지만, 여전히 그는 뉴로라는 말에 애착을 갖고 있다. 그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야기 하나. BETA2와 NeuroD의 기싸움
필자가 공부했던 연구실은 다양한 신경계 분화에 필요한 전사인자들에 대한 기초연구를 하는 곳이었다. 전사인자들을 여러 종류의 줄기세포에 옮겨넣어 세포분화를 촉진하여 치매, 뇌졸중, 뇌종양등과 같은 뇌질환의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보는 응용연구도 수행하던 큰 연구실이었다. 대학원 입학 후 처음 주어진 임무는 '유전학적 DNA'를 분리하여, 신경세포 분화를 위한 전사인자로 알려진 뉴로D 단백질의 유전자를 여러 플라스미드 벡터에 복제하는 일이었다. 당시 뉴로D는 여러 신경과학 연구실에서 한창 관심을 받기 시작하던 시기였다.
지금은 뉴로D라는 이름으로 통일되어 불리지만, 처음 이 유전자(단백질)가 발견되고, 내가 대학원과 박사후연구원을 마칠 때 까지는 그렇지 않았다. 1995년 신경발생학을 연구하던 제클린 리교수 연구실에서는 분화하는 세포에서 발현되는 E47 단백질의 짝을 찾던 중, 신경세포로 분화시키는 단백질을 발견, 이를 뉴로D(신경세포로 분화)라고 명명했다. 그런데 같은 해 췌장 베타세포의 신호전달과 당뇨병의 기초연구를 수행하던 프랜시스코 나야 교수의 연구실에서는 햄스터에서 인슐린 유전자의 발현을 촉진하는 새로운 전사인자를 발견, 당뇨병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보고하고 이 전사인자를 베타2(BETA2)라고 명명하게 된다. 문제는 1997년 전혀 별개의 두 연구실에서 독립적으로 발견된 이 전사인자가 사실은 같은 유전자라는 것이 알려지면서부터였다. 이 후 신경과학자들은 뉴로D를, 당뇨병 연구자들은 BETA2를 사용했고, 결국 많은 논문들이 '뉴로D/베타2' 혹은 베타2/뉴로D'로 병행표기를 하게 된다.
이야기 둘. 뉴로D를 고집했던 이유
SF영화 '다크시티'를 보면, 사람의 '감정'을 연구하고자 기억을 조작하는 외계인들에게 주인공은 말한다. 너희들이 연구하고 싶은 것은 머리에 있지 않고 가슴에 있다고.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나는 영화를 보고 난 이후, 우리가 생각하는 이유, 감정이나 기억이라는 현상들의 배후에 생물학적 기전을 한번 탐구해보고 싶다는 동기가 커지기 시작했고, 그 시작이 신경세포에 있다는 생각으로 대학원에 입학했다. 그래서 나는 나의 첫 클로닝 작품인 뉴로D가 베타2로 불리는 것이 탐탁치 않았다. 우리 몸의 전사인자들은 각 세포마다의 운명을 결정하여 필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세포로 성장하도록 조직 특이적으로 발현한다. 그런데, 전혀 닮은 점이 없어 보이는 신경세포와 췌장의 베타세포에서 왜 동일한 전사인자가 발현하는 지 당시 지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BETA2로 쓰여진 당뇨모델에서의 실험방법들을 보며, 일단 신경세포 연구라는 나의 고집을 내려놓고, 내가 신경세포로 해왔던 실험들을 인슐린 분비 세포주에서 수행해보았다. 연구의 실마리가 풀렸지만, 나는 내가 하고 싶었던 사람의 기억, 마음에 대한 생물학적 공부가 아닌, 갑자기 당뇨연구를 하고 있었다. 나는 당뇨병연구자가 아니라, 신경과학자가 되고 싶었다. 이런 고민들을 지도교수님과도 나누고 주변 동료, 선배들과도 나누어 보기도 했지만, 결국 모든 데이터는 필자를 당뇨병 연구로 이끌고 있었다. 논문에 앞서 결과들을 여러 학회에서 먼저 발표할 기회들이 생겼지만, 필자는 당뇨관련 학회에서도 베타2로 명명하지 않고, 뉴로D로 쓰는 것을 고집했다. 신경과학 연구자라는 나의 정체성을 끝까지 지키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논문은 당뇨병에 있어서 췌장세포의 병리학적 기저상태를 기술한 논문이 되었다. 이 논문에도 베타2가 아닌 뉴로D라는 이름을 썼다. 그 이름은, 세상을 바꿀 기술이나 연구분야를 선도하지는 못했던, 박사학위를 마무리해가던 필자가 끝까지 지켜보고 싶었던 정체성이었던 것 같다.
이야기 셋. 소닉헤지호그(Sonic hedgehog·Shh) 앞에 작아지다.
같은 연구실 선배 중에 'Shh(Sonic hedgehog·소닉헤지호그)'라는 신경발생의 핵심인자를 연구하던 분이 계셨다. 소닉 헤지호그는 배아의 발생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단백질중 하나로 세포들은 Shh의 농도에 의존하여 각각 저마다의 분화방향과 운명이 결정되어, 정상적인 발생이 이루어지도록 한다. '소닉'이란 이름은 일본 게임회사 세가(SEGA)의 유명한 고슴도치 캐릭터에서 유래된 것이다. 이 이름은 초파리를 연구를 통해 shh 유전자를 '녹아웃'시키면, 초파리 유충의 등쪽에 가시같은 돌기들이 관찰되는데, 이것이 마치 고슴도치를 닮았다고 하여 헤지호그(고슴도치)라는 이름이 함께 붙었다.
태아의 발생이 소닉 헤지호그 단백질의 농도에 의존하기 때문에, 유전자 발현의 항상성을 위해 Shh 억제인자가 존재하는데, 이 유전자에는 소닉 게임의 빌런으로 나오는 '닥터 로보트닉'의 이름을 따서, 'robotnikinin(로보트니키닌)'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름이 가진 위트 때문에 이 선배와 학회를 함께 가서 포스터 발표라도 하면, 같은 신경발생에 대한 연구라도 항상 Shh 앞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반면, 필자가 원해서 시작된 연구는 아니었지만, 당뇨병의 기초연구로써 뉴로D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었다. 기초연구지만 실제 질환을 설명할 수 있는 다양한 정보중 하나가 될 수 있었고, 또 임상의(MD)와 교수들과의 협업도 가능하였다. 그러한 과정에서 나는 처음으로 기초연구의 범위를 넘어 그리고, 단지 생물학 공부, 실험이 좋아서 시작했던, 순수했던 동기보다 '환자'를 위한 연구, 나아가 내가 하는 일(연구)의 '의미'에 대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기초연구라는 것이 다 그렇겠지만, 내가 하는 연구에는 거의 관심이 없다는 것을 직시하게 되면서, Shh 포스터의 앞에 모인 사람들을 보며, 그저 내가 좋아서 하는 일, 이라고만 다시 다짐하기에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기초연구는 시간이 걸리는 일이며, 당시 지도교수님의 조언에 따르면 “개구리 뒷다리 연구도 다 의미가 있다”는 말들이 적어도 나에게는 맞지 않아 보였다.
이야기 넷. 결국 BETA2가 도와준 나의 커리어 전환
뉴로D로 시작했지만, 베타2로 당뇨병 기초연구를 임상의들과 수행하기로 하였을 때, 나는 수년간의 신경세포와 뇌조직에서의 연구 데이터들이 논문으로 출판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에 한 동안, 불편함과 불안함을 떨치지 못했다. 그럼에도 열심히 데이터가 알려주는 방향을 열심히 따라가면서, 박사과정의 모든 연구들이 항상 정해져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새로운 분야를 얼마든지 시작할 수 있고, 다시 배우며 시작하는 선배 연구자들도 많다는 것을 보는 순간, 나는 박사로서 남은 인생을 실험하지 않는 과학자로서의 커리어로 탐색하기 시작했다. 박사과정의 가치는 연구를 위한 길도 있지만, 그보다는 박사학위 그 긴 과정을 통해 배운 다양한 전문성들을 여러 분야에 확장할 수 있겠다는 것을 보게 된 것이다.
파이펫을 내려놓고 세상을 다시 보자, 처음 당뇨병연구로 전환하게 되었을 때 만큼, 불안함과 불편함들이 엄습했다. 그러나, 뉴로D가 아닌 베타2에서 많은 성과를 이룰 수 있던 것 처럼, 과거 박사 과정에서 경험한 과학적, 통계적 사고와 분석적 토론, 팀으로 일하며 전개하는 전략적 커뮤니케이션과 기획력은 나의 경력을 연구가 아닌 곳으로 확장시켜줄 수 있었다.
보통 과학자의 삶은 수만가지 고민과 결단을 내려야 하는 삶이며, 원하지 않는 결과를 보며, 다시 방향을 잡아야 하는, 때로는 수년의 노력을 뒤집는 결정을 내려야하는 삶이다. 어마어마한 연구 결과 때문일 수도 있고, 한낱 연구하고 있는 유전자의 이름 때문일 수도 있다. 당뇨병에서 베타2라는 이름은 내가 의도했거나 원하던 길은 아니었지만, 사실 그 유전자의 본질은 신경세포에서 연구되는 뉴로D와 동일한 전사인자다. 이젠 실험을 하지 않지만, 나의 본질은 늘 연구자다. 나는 내가 발견한 뉴로D라는 유전자처럼, 기초과학자들이 완전히 새로운 분야에서 차별적인 역량들을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여전히 메일주소나 블로그 주소의 앞에 '뉴로-'를 붙이는 이유다.
조인수 박사는 스스로를 보통과학자로 낮추지만, 자신의 경험을 통해 많은 과학자들의 경력을 돕는 공공형 과학자다. 브릭홈페이지 캡쳐
○ 에필로그
김남철 교수가 wit 대신 지으려던 이름 OHMG는 영어의 OMG, 즉 '오 마이 갓(Oh, my god)'처럼 읽히는걸 염두에 둔 작명이다. 하지만 OHMG의 진짜 의도는 힘들게 학위과정을 지속하던 보통과학자 김남철 교수의 추억이 새겨져 있다. OHMG는 "온리 호프 포 마이 그래듀에이션(Only Hope for My Graduation)", 즉 “내 졸업을 위해 오직 하나 남은 희망”이라는 뜻이다. 그의 지도교수가 학위과정의 고생을 '이루어질 수 없는 소망(wishful thinking)'에 담았다는걸 알고, '오직 하나 남은 나의 희망'이라는 댓구를 의도한 것이다. 대부분의 실험과학자들은 혹독한 학위과정에 얽힌 추억을 하나쯤 갖고 있다. 그 이야기들 속에는, 우리 사회가 꼭 들어야할 과학계의 중요한 구조적 모순과,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의 실마리가 남겨져 있다. 우리는 보통과학자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듣고, 과학의 현장에 대해 더 많이 알아야 한다. 보통과학자의 행복이, 과학연구의 창의성을 보장한다. 노벨상은 그런 배경 속에서나 탄생할 수 있는 부산물이다. 보통과학자의 이야기는 노벨상보다 중요하다.
※ 참고자료
-Manser, E., Loo, T. H., Koh, C. G., Zhao, Z. S., Chen, X. Q., Tan, L., ... & Lim, L. (1998). PAK kinases are directly coupled to the PIX family of nucleotide exchange factors. Molecular cell, 1(2), 183-192.
- Haebig, K., Gloeckner, C. J., Miralles, M. G., Gillardon, F., Schulte, C., Riess, O., ... & Bonin, M. (2010). ARHGEF7 (Beta-PIX) acts as guanine nucleotide exchange factor for leucine-rich repeat kinase 2. PloS one, 5(10), e13762.
-Kim, N. C., & Marqués, G. (2012). The Ly6 neurotoxin‐like molecule target of wit regulates spontaneous neurotransmitter release at the developing neuromuscular junction in Drosophila. Developmental neurobiology, 72(12), 1541-1558.
Kim, N. C., & Marqués, G. (2010). Identification of downstream targets of the bone morphogenetic protein pathway in the Drosophila nervous system. Developmental Dynamics, 239(9), 2413-2425.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30621&BackLink=L215Ym9hcmQvbGlzdC5waHA/Qm9hcmQ9bmV3cyZQQVJBMz0xMDU=
글=김우재 동아사이언스 2022.02.10
※ 필자소개
김우재 어린 시절부터 꿀벌, 개미 등에 관심이 많았다. 생물학과에 진학했지만 간절히 원하던 동물행동학자의 길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포기하고 바이러스학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박사후연구원으로 미국에서 초파리의 행동유전학을 연구했다. 초파리 수컷의 교미시간이 환경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를 신경회로의 관점에서 연구하고 있다. 모두가 무시하는 이 기초연구가 인간의 시간인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다닌다. 과학자가 되는 새로운 방식의 플랫폼, 타운랩을 준비 중이다. 최근 초파리 유전학자가 바라보는 사회에 대한 책 《플라이룸》을 썼다.
/ 2022.03.04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