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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진의 시골편지] 금메 말시

푸레택 2022. 5. 18. 17:45

[임의진의 시골편지] 금메 말시 (daum.net)

 

[임의진의 시골편지] 금메 말시

[경향신문] 가끔 가는 양꼬치구이집 중국인 여사장은 나보다 사투리를 구수하게 잘 써. 중국에서 화장실을 ‘워따 덩싸’라고 한다면 남녘에선 세게 발음하여 ‘뒤깐’이라고 갈쳐줬지. 그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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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진의 시골편지] 금메 말시 / 임의진 목사·시인

가끔 가는 양꼬치구이집 중국인 여사장은 나보다 사투리를 구수하게 잘 써. 중국에서 화장실을 ‘워따 덩싸’라고 한다면 남녘에선 세게 발음하여 ‘뒤깐’이라고 갈쳐줬지. 그러자 “뭘 깐다고 깐이락 한다요잉?”. 당연히 뒤를 까고 일을 봐야지. 찬 바람에 바깥 화장실을 이용하면 아달달, 위아래 치아가 떨려. 대도시에 나가 화장실을 찾으면 영어로 ‘더블유씨’가 큼지막해. 김씨 이씨도 아니고 더블유씨는 한국에 토종 성씨처럼 잘 자리 잡았어.

그림 그리는 형이랑 만나 밤새껏 진한 전라도 사투리로 얘길 나누다가 ‘말래’라는 숨은 말을 오랜만에 들었다. 방이랑 연결된 마루를 가리켜 말래라고 하는데, 햇살이 든 겨울 툇마루 말래에 앉아 새처럼 조잘거리던 어린 날이 문득 그리워졌다.

그 말래엔 겨울 추위를 피해 방에서 소변을 보던 요강이 앉아 있곤 했지. 아침에 요강을 열어 거름더미에 붓고 물로 씻어서 널어두면 햇살이 다가와 몸을 비볐어. 그리운 날들 얘기로 훈훈했는데 곁에서 듣고 있던 동무들이 ‘금메 말시’로 화답.

누가 이런저런 말을 꺼내면 곁에서 동의의 뜻으로 “금메 말시” 고개를 끄덕이며 눈빛을 교환한다. ‘긍게’ 뭐 이런 말도 있는데, 약간 날래고 얍삽해. 금메 말시라고 말할 때 경탄과 동의가 깊고도 뜨겁지.

“울면 안 돼 울면 안 돼” 성탄 캐럴은 “말도 안 돼 말도 안 돼”로 바꾸어서 불러도 재미있는데, 요샌 말도 안 되는 일들이 현실이 되고, 말이 씨가 되어 울울한 시절이렷다. 누가 무슨 말을 하면 금메 말시 하고 맞장구를 쳐주고 싶은데, 뒤죽박죽 진실과 거짓이 세상을 흩트려 놓은 거 같아. 더 이상 금메 말시를 들을 수 없을까 적이 두렵다.


임의진 목사·시인ㅣ경향신문 2021.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