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밤 / 윤오영
내가 잠시 낙향(落鄕)해서 있었을 때 일.
어느 날 밤이었다. 달이 몹시 밝았다. 서울서 이사 온 윗마을 김 군을 찾아갔다. 대문은 깊이 잠겨 있고 주위는 고요했다. 나는 밖에서 혼자 머뭇거리다가 대문을 흔들지 않고 그대로 돌아섰다.
어느 날 밤, 김 군을 못 만나고 돌아오는 길
맞은편 집 사랑 툇마루엔 웬 노인이 한 분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서 달을 보고 있었다. 나는 걸음을 그리로 옮겼다. 그는 내가 가까이 가도 별 관심을 보이지 아니했다.
“좀 쉬어 가겠습니다.”
하며 걸터앉았다. 그는 이웃 사람이 아닌 것을 알자,
“아랫마을서 오셨소?”
하고 물었다.
“네, 달이 하도 밝기에…….”
“음! 참 밝소.”
허연 수염을 쓰다듬었다. 두 사람은 각각 말이 없었다. 푸른 하늘은 먼 마을에 덮여 있고, 뜰은 달빛에 젖어 있었다. 노인이 방으로 들어가더니, 안으로 통한 문 소리가 나고 얼마 후에 다시 문 소리가 들리더니, 노인은 방에서 상을 들고 나왔다. 소반에는 무청김치 한 그릇, 막걸리 두 사발을 놓여 있었다.
“마침 잘 됐소, 농주(農酒) 두 사발이 남았더니…….”
하고 권하며, 스스로 한 사발을 죽 들이켰다. 나는 그런 큰 사발의 술을 먹어 본 적은 일찍이 없었지만 그 노인이 마시는 바람이 따라 마셔 버렸다.
이윽고,
“살펴 가우.”
하고 노인의 인사를 들으며 내려왔다. 얼마쯤 내려오다 보니, 노인은 그대로 앉아 있었다.
■ 돌아오는 길 / 박두진
비비새가 혼자서
앉아 있었다
마을에서도
숲에서도
멀리 떨어진
논벌로 지나간
전봇줄 위에
혼자서 동그마니
앉아 있었다
한참을 걸어오다
되돌아봐도
그때까지 혼자서
앉아 있었다
/ 2020.04.06 옮겨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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