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부 / 김시천
때로는 안부를 묻고 산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안부를 물어오는 사람이 어딘가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그럴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사람 속에 묻혀 살면서
사람이 목마른 이 팍팍한 세상에
누군가 나의 안부를 물어준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럽고 가슴 떨리는 일인지
사람에게는 사람만이 유일한 희망이라는 걸
깨우치며 산다는 건 또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나는 오늘 내가 아는 사람들의 안부를
일일이 묻고 싶다
● 행복 / 나태주
저녁 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 속으로 생각할 사람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 있다는 것
● 잘 지내고 있어요 / 목필균
그리움은 문득문득
잘 지내고 있어요?
안부를 묻게 한다
물음표를 붙이며
안부를 묻는 말
메아리 없는 그리움이다
사랑은 어둠 속에서
잘 지내고 있어요
안부를 전하게 한다
온점을 찍으면
안부를 전하는 말
주소 없는 사랑이다
안부가 궁금한 것인지
안부를 전하고 싶은건지
문득문득
잘 지내고 있어요?
묻고 싶다가
잘 지내고 있어요
전하고 싶다
● 늙어 가는 길 / 윤석구(시인)
처음 가는 길입니다.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길입니다
무엇하나
처음 아닌 길은 없었지만
늙어가는 이 길은
몸과 마음도 같지 않고
방향 감각도 매우 서툴기만 합니다
가면서도 이 길이 맞는지
어리둥절할 때가 많습니다
때론 두렵고 불안한 마음에
멍하니 창밖만 바라보곤 합니다
시리도록 외로울 때도 있고
아리도록 그리울 때도 있습니다
어릴 적 처음 길은
호기심과 희망이 있었고
젊어서의 처음 길은
설렘으로 무서울 게 없었는데
처음 늙어가는 이 길은
너무나 어렵습니다
그래도 가다 보면 혹시나
가슴 뛰는 일이 없을까 하여
노욕인 줄 알면서도
두리번두리번 찾아봅니다
앞길이 뒷길보다 짧다는 걸 알기에
한발 한발 더디게 걸으면서 생각합니다
아쉬워도
발자국 뒤에 새겨지는 뒷모습만은
노을처럼 아름답기를 소망하면서
황혼 길을 천천히 걸어갑니다
꽃보다 곱다는 단풍처럼
해돋이 못지않은 저녁노을처럼
아름답게 아름답게 걸어가고 싶습니다
/ 2020.04.05 편집 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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